외국 대학생 불러 영어캠프 ‘눈길 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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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남 거창군 거창여중 정모(15·2학년)양은 요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여름 방학이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생으로부터 영어와 미국문화, 대학생활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 양은 “농촌 사정상 외국에 나가 영어연수를 받기 어려운데, 외국 대학생을 직접 만나 영어를 배울 수 있어 벌써 설렌다”고 말했다.

 정 양의 어머니 곽미경(43)씨도 “딸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외국인 대학생의 홈스테이도 신청해놓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딸이 외국연수를 가거나 외국인과 생활해본 적은 없다. 외국인 대학생과 가족처럼 생활하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모녀는 외국인 대학생을 맞기 위해 요즘 방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거창군이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해 지역 10개 중학교의 2~3학년생 60명을 대상으로 스탠퍼드 대학생 초청 영어캠프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끈다. 자치단체의 글로벌 인재육성책이 외국 대학생을 불러 캠프를 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외국 자매학교 등을 둘러보고 교류하는 일부 자치단체의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단기간에 집중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프는 방학기간인 다음달 25일부터 오전 4시간씩 4주간 진행된다. 캠프를 진행할 학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교육학·언어학·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대학원생 5명(남 2명, 여 3명)이다. 이들은 한국 원어민 교사의 도움을 받아 영어 수업은 물론 ‘세계 속의 나와 우리’‘생명과 나’ 같은 주제토론, 과학실험,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대학생은 모두 학생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캠프에 참가하는 중학생은 20만원만 내면 된다. 4주간 4시간씩 수업을 받는 것치고 적은 액수다. 대학생의 홈스테이를 해주는 가정의 자녀는 참가비가 없다. 캠프 진행을 위해 거창군은 항공료 등 5000만원의 비용을 댄다.

 이홍기 거창군수는 캠프 진행을 위해 3일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대학 측과 사업협조 계약을 맺은 뒤 인터뷰를 거쳐 대학생 5명을 선발했다. 1891년 설립된 스탠퍼드대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구글 창업자인 레리 페이지 등 세계적 정보·통신(IT)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강선길 거창군 교육진흥담당 주무관은 “이번 캠프는 2016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영역이 듣기·읽기·말하기·쓰기 등 4개 영역으로 평가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된다.이번 캠프는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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