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우승 한국인 이름, 언제 봤더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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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갔다. LPGA 투어의 한국 선수들이 시즌 열 번째 대회에서 또 우승을 놓쳤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팬더크리크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다. 우승은 21언더파를 친 청야니(대만)가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세리(34)가 15언더파 공동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신지애(23·미래에셋)는 13언더파 공동 8위다.

 전반기 남은 대회는 웨그맨스 LPGA 챔피언십 하나뿐이다. 한국 선수들은 우승 없이 2011년 1학기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커졌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퍼들이 전반기 우승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것은 F학점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10승(전반기 3승 포함), 2009년엔 12승, 2008년엔 9승을 했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 여자골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해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뛰고 공을 쳤다. 겨울에도 다른 나라 선수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다. 그러면서 LPGA 투어 무대의 얼굴을 바꿨다. 그러나 이제 그런 성실성은 한국 선수들만의 것은 아니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외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훈련량이 너무 많다고 놀라면서도 지금은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LPGA의 롤 모델이 됐지만 훈련량이 늘어난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적잖이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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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거리다. 올해 우승자 중에는 장타자가 많았다. 청야니(2승)와 카리 웹(2승), 수잔 페테르센, 브리타니 린시컴, 마리아 요르스(이상 1승) 등 LPGA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가 10경기 중 7승을 챙겼다. 스테이트팜 클래식에서도 장타자인 청야니, 크리스티 커, 린시컴이 1~3위를 휩쓸었다.

 우연이 아니다. 코스가 그들에게 유리하게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의 전장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파5 홀들이 장타자를 위한 서비스홀 역할을 했다. 신지애는 파5 홀에서 9타를 줄인 린시컴에게 무릎을 꿇었다. 스테이트팜은 전장이 6764야드로 여자 대회치고는 엄청나게 길었다. 게다가 페어웨이가 넓고 함정도 별로 없어 힘껏 내지르는 선수들을 위한 맞춤무대였다.

 신지애는 이 대회 2라운드에서 홀인원을, 4라운드에선 샷 이글을 기록했지만 청야니와 맞대결한 3라운드에서 힘에 부쳐 보였다. 청야니가 66타를 치는 사이 73타로 뒷걸음질쳐 7타 차이가 났다. 지난 2월 호주여자 오픈에 이어 두 차례나 청야니에게 완패했다.

 한국 선수들은 실수가 적은 게 장점이었다. OB가 많고 페어웨이가 좁으며 전장이 비교적 짧은 한국의 코스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내서 그렇다. 하지만 ‘실수하면 2타를 잃는다’는 의식도 몸에 배어 있다. 이신 J골프 해설위원은 “실수하지 않는 골프는 ‘국내용’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를 향해 질주하던 박세리도, 박지은도 장타자였다. 기복이 있더라도 청야니와 린시컴, 웹 등 호쾌하게 클럽을 휘두르는 선수들이 큰 무대에선 더 많이 우승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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