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전! 창업 스토리 ⑧ 에몬스 가구 김경수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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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에몬스가구 회장이 인천 남동공단 본사 전시장에서 전시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가구의 생명은 디자인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가구는 하나하나가 작품입니다. 끊임없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작품이 나오죠. 디자인과 색상을 보면 팔릴 제품인지 자연스레 느낌이 옵니다.”

 김경수(58) 에몬스가구 회장은 인천시 남동공단 본사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가구 달인으로 통한다. 40년 넘게 가구 만드는 일만 해 왔다. 김 회장은 ‘적성이 맞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했다. 올 3월로 창립 32주년을 맞은 에몬스는 올해 1100억원의 매출, 5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남 마산 농가에서 6남매 중 셋째(차남)로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재봉틀 케이스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1972년 학교를 마친 뒤 그는 친구와 무작정 상경을 감행한다.

 “서울엔 연고가 없었어요. 친구랑 물어물어 옥수동 가구공장에 취직했습니다. 자개장이나 티크장을 만들었는데 재밌게 일하다 보니 힘든 줄 몰랐어요.”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엔 영등포 가구공장에 취직한다. 눈썰미와 손재주가 남다른 그는 사장의 눈에 들어 독자적으로 가구를 만드는 권한을 갖게 된다. 요즘으로 치면 소사장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그는 79년 3월 창업에 나선다. 그의 나이 26세 때다. 800만원의 창업자금은 푼푼이 모은 돈에 부친의 지원금을 보태 마련했다. 서울 대림동에 200㎡짜리 공장을 임대하고 9명으로 시작했다. 회사 이름은 나무로 꽃처럼 아름다운 가구를 만든다는 의미로 ‘목화(木花)가구’로 지었다.

 “당시 비닐 소재로 만든 비키니옷장이 유행했는데 이를 대체할 목재가구를 고안했어요. 아래엔 서랍을 한두 개 설치하고 위엔 여닫이문을 달아 이불이나 옷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인데 이게 히트를 했습니다.”

 신제품은 2만~2만5000원으로 비키니옷장(8000~1만원)보다 훨씬 비쌌지만 보기 좋고 내구성도 앞서 인기몰이를 했다. 79년 석유파동으로 불경기가 닥쳤는데도 이사철마다 없어 못 팔 정도였다. 특히 기존 자개장이나 티크장은 자재 구입 후 판매대금을 회수할 때까지 3개월은 족히 걸리는 데 반해 신제품은 보름이면 충분해 사업 초기 자금난도 피해 갈 수 있었다. 첫해 하루 10개였던 생산물량이 이듬해엔 30개로 늘었다. 그는 2.5t 트럭을 장만해 매일 가구점을 돌면서 직접 납품했다. 제품 디자인에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창업 5년 만에 경기도 부천 상동에 6000만원을 들여 자체 공장을 장만하고 40명을 고용할 정도로 사세가 커졌다. 94년엔 부천 상동이 재개발되면서 받은 보상금 16억원으로 현재의 남동공단에 부지 1만여㎡를 확보해 둥지를 틀었다. 이듬해엔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구호에 맞춰 사명을 에몬스로 바꿨다. ‘감성 스타일(Emotional Style)’에서 따온 말로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팔릴 만한 물건을 정직하게 만드니 97년 외환위기도 큰 어려움 없이 지났다.

 하지만 방심은 위기를 불러오기 마련. 2000년대 들어 대부분 가구업체가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했는데도 국내 생산을 고집한 게 화근이 됐다. 결국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2003~2004년 연속 적자를 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2004년에 화재로 공장 일부가 불타는 악재까지 겹쳐 망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자재업체들이 납품을 꺼려 제 집을 담보로 걸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품질을 생각하면 국내 생산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가죽소파와 대리석 식탁 등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조달하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장롱·서랍장·침대는 국내 생산체제를 유지했다. 종업원 180명을 110명으로 줄이고 자동화설비를 확충하는 한편 디자인을 강화한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실크인쇄 문양을 넣은 강화유리로 멋을 낸 신제품은 시장에서 통했다. 200억원 밑으로 떨어졌던 매출이 2005년 300억원 가까이로 뛰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열이 정비되자 에몬스는 2008년 사무용가구(에몬스 오피스), 2009년 온라인 전용가구(에몬스 홈)를 잇따라 내놓으며 제 2의 부흥기를 맞는다. 지난해엔 997억원의 매출에 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김 회장은 디자인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늘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통해 고객 반응을 듣고 기회 있을 때마다 20여 명의 디자이너와 해외 전시회를 다닌다. 에몬스는 2000년 이후 11년 내리 지식경제부의 우수산업디자인(GD) 상품에 선정됐다.

글=차진용 산업선임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김경수 회장이 걸어온 길

1953년 경남 마산 출생
72년 주경야독하며 고교 과정 마친 뒤 서울로 올라와 가구 기술 익힘
79년 목화가구 창업
95년 에몬스가구로 사명 변경
2010년 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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