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너스 명성 ‘신호등 경영’으로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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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패션업계의 손꼽히는 전문 경영인 제환석(65·사진) 전 코오롱패션 대표가 조이너스·꼼빠니아·트루젠·테이트 등으로 유명한 인디에프 대표로 패션업계에 돌아왔다. 제 사장은 2003~2009년 코오롱패션 최고경영자(CEO) 시절 매출 1조원 돌파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2009년 10월 코오롱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인디에프 대표로 지난해 12월 초 패션업계에 복귀했다. 인디에프는 외환위기 때 법정 관리에 들어간 나산을 2006년 세아상역이 인수해 2007년 법정관리 졸업과 함께 간판을 바꿔 단 회사다. 그는 코오롱에서 짭짤한 성과를 올렸던 ‘신호등 경영’을 인디에프에서도 시작했다. 직원들 출근시간에 맞춰 로비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일종의 신호등이 켜진다. 전날 목표의 100% 이상을 달성한 경우엔 파란불, 90% 이상은 노란불, 90% 미만일 때는 빨간불이 들어온다. 패션회사 CEO가 제조공장 현장에 있음 직한 신호등 경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회사는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아 한번 한눈을 팔면 끝장”이라는 게 오랜 패션 현장에서 얻은 그의 지론이다. 그는 “패션회사는 트렌드·시장상황·직원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한 시즌만 잘못해도 그 영향이 굉장히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제 사장은 올해 매출 목표를 4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30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조이너스·꼼빠니아 등 인디에프 매출의 90%를 올리는 기존 주력 브랜드를 중심으로, 새로 수입을 시작한 이탈리아 명품 가방 ‘보르보네제’, 이탈리아 스포츠브랜드 ‘프레디’ 등도 키워 나갈 계획이다.

 조이너스는 1994년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국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이런 조이너스가 고급 라인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트루젠이 ‘S+ 바이 트루젠’이란 고가 라인을 내놔 고급 이미지를 높인 것과 비슷하다. 그는 “회사 전체의 성장과 함께 90년대 국내 패션계를 풍미했던 조이너스와 꼼빠니아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제 사장은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대리점 등 유통 현장을 둘러보며 보낸다. 그는 “회사 규모는 코오롱의 3분의 1이지만 와서 보니 인디에프의 의류 품질이 가격 대비 매우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전국에 포진해 있는 400여 개의 유통 매장도 인디에프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공세에 지금은 국내 패션업계가 고전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 패스트패션의 경우 품질에 비해 가격이 싸지 않고, 판매방식도 국내 고객이 익숙하지 않은 셀프 방식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몸에 잘 맞아 편안한 국내 패션의류들이 해외 패스트패션의 장점을 취한다면 고객들의 사랑이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사장은 “해외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새 제품을 2주 단위로 끊임없이 만들어 내긴 하지만 인기 있는 제품을 추가로 만들어 내진 못한다”며 “개성공단 등 가까운 곳에 공장을 두고, 국내 고객의 입맛을 유연하게 맞추는 인디에프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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