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 모의면접 ③ 경희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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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경희대 입학사정관전형은 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한 학생을 추천 받는 고교교육과정연계전형, 교과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특정 재능을 평가해 선발하는 창의적체험활동전형을 각각 신설했다. 지난 3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입학사정관전형 모의면접에 김동주(충남 공주 금성여고3), 박혜지(경기도 용인 신갈고3), 이소연(경기도 성남 영덕여

고3)양이 지원했다. 다음은 이들의 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 내용과 입학사정관의 평이다. 모의면접은 1차 잠재력 면접(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질문과 대답), 2차 학업적성 면접(지문 2개 중 하나를 선택해 분석·발표)으로 진행됐다. 경희대 강제상 입학처장, 유원준 교수(사학과), 이기태 교수(생물학과), 그리고 김수연 입학사정관이 지원자들을 심사했다.

A. 학교생활기록부 내용
①지원전공 ②장래희망 ③수상경력 ④교과·비교과 활동 ⑤2학년 교과성적(평균석차등급)
 
B. 자기소개서 질문과 대답
①전공 지원동기와 입학 뒤 학업(진로) 계획을 쓰시오(1000자). ②지원자의 환경(가족·학교·지역·국가 등)이 성장과정에 미친 영향을 쓰시오(1000자). ③하나를 선택해 쓰시오(1000자). a.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개인 자질(성격·재능)은 무엇이며, 그 때문에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경험을 쓰시오. b. 겪었던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극복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했는지 쓰시오. ④목표 학과에 진학하려고 기울인 학업적 노력과 활동(리더십·봉사·동아리·연구취미 등)을 기술하시오(1000자).


 김동주양 남을 도우려면 본인부터 체력이 튼튼해야 하는데 면접실에 들어올 때 힘없이 들어와 첫인상을 오해하게 했다. ‘강자는 약자 앞에서 겸손을 배우려 하고, 약자는 강자에게서 힘이 아닌 품성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는 김양의 답변이 본인의 사고력과 인성을 잘 나타냈다. 질의·응답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논지를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수학 성적이 유달리 뛰어나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논리력을 키웠다는 대답에 수긍이 간다. 종합하면 간호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

 간호학은 학문적 능력보다 인간관계와 사회성이 중요하다. 환자에겐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때론 진료보다 낫다. 환자와 소통하고 대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자질이 자기소개서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했다는 내용도 너무 많다. 이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데 비중을 둬 내용의 명암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분위기는 우울한데 만나보니 활달한 성격이 엿보인다. 이를 자기소개서에 담아 보완하면 경희대 입학사정관전형이 찾는 유형에 잘 들어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소연양 지원한 대학과 전공에 대한 열정이 눈빛에서 잘 드러났다. 부진한 수학교과 성적을 올리려고 많이 애쓴 노력이 엿보인다. 학업성취 열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학 성적 향상을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초기에 부진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대입수험생인 지금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이 부족해 아쉽다. 학생부에 교사의 평가기록이 장황하게 많다. 이양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나 실전에선 많은 수험생들의 자료와 겹치게 돼 오히려 집중력과 근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양은 네오르네상스전형 모범학생전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양의 교과·비교과 활동내용은 수능시험보다 입학사정관제에 맞는 유형이다. 그러나 영어·수학·사회 등 주요 교과성적이 부진하다. 학기말에 성적을 더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 면접을 볼 때 심리가 불안해 보이고 억양의 높낮이가 자주 변해 가벼워 보인다. 발랄한 성격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 ‘경희대에 입학하면~, 예전엔 그랬지만~’ 등 전제조건을 많이 깔고 답변하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 실전에선 개인당 면접시간이 짧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하게 된다.


 박혜지양 교과성적만 보면 우수한 학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질의·응답을 보니 만들어진 느낌이 묻어난다. 교과 지식은 많이 갖고 있으나 이를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과 생각으로 풀어내 보이질 못했다. 연구원이 됐을 때 연구 성과와 반윤리적인 문제사이에서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박양은 법 테두리 안에서 연구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기초 윤리에 대한 판단은 누구나 안다. 이를 경계하려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사고력을 키웠으면 한다. 질병치료 연구원을 꿈꾸면서도 재미있게 읽은 책과 감명받은 구절을 얘기하라는 질문엔 답변을 하지 못했다. 희망분야에 대해 평소 관심과 자기주도적 해결능력이 부족하다는 근거다.

 자기소개서 내용을 보면 연구원보다는 의사를 꿈꾸는 느낌이 묻어난다. 아버지의 동물해부도, 시골에서 본 식물, 베트남 병원 등으로 얘기를 오가며 자기소개서 내용이 일관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진로 탐구가 부족했다는 표시해야한다. 희망분야가 생물학인지 의학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노력이 답변을 망설이는 등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도 보완이 필요하다.

[사진설명] 1.지난 3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모의면접에서 학생(오른쪽)이 지문을 읽고 분석·발표하는 학업적성면접을 치르고 있다. 왼쪽부터 강제상(입학처장)·이기태·유원준 교수와 김수연 입학사정관.2.모의면접에 지원한 김동주·이소연·박혜지양(왼쪽부터)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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