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음' Y세대도 "인종 문제·차별 여전히 존재한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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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과는 정반대의 조사 결과

단순 교통법규 위반자도 불법체류자로 의심될 경우 구금하는 내용을 담은 초강경 반이민법이 9일 앨라바마 주에서 통과되는 등 미국이 반이민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개 주가 반이민법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이에 따라 멀지 않은 시기에 '21세기형 인종차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 젊은이들은 인종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 Generation:18~30살)로도 불리는 Y세대는 인종 문제 그리고 인종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범죄와 고용 분야에서 인종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Y세대의 인종에 대한 시각을 들여다본다.

◆일반 가설 = Y세대는 조부모나 부모 세대보다는 친구를 사귀거나 관계를 맺는데 인종을 떠나 오픈마인드를 가졌다고 알려져왔다. 특히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Y세대는 인종에 얽매이지 않는 세대로 정의됐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은 인종 색이 사라진 'Post-Racial'시대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블로거 존 조그비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Y세대를 '첫 번째 글로벌 시민 세대'라며 인종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미국 인구 구성이 바뀌면서 Y세대에게 인종과 인종차별이 더 이상은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힘이 실렸다. 2010년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18~24세 그룹에서 유색인종은 39.7%를 차지한다. 즉 18~24세는 미국 인구에서 다양한 인종이 가장 많은 그룹인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18~24세 유색인종은 2400만 명이 늘어 2000년 2억8500만 명에서 2010년 3억900만 명을 기록했다. 2040~2045년에는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심층 조사 = 인종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싱크탱크 어플라이드 리서치 센터(ARC)는 요즘 젊은 층이 '피부색'을 따지지 않는다는 '가설 트렌드'가 맞는지 Y세대의 인종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알아보는 실제 조사에 들어갔다. LA지역에 거주하는 18~25세를 대상으로 16개 포커스그룹을 구성해 2010년 10월~2011년 2월 인종 및 인종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벌였다. 그룹은 다시 아시안 백인 흑인 라티노 등 인종별로 4개로 나뉘어 인종 민족 사회경제 교육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ARC는 "지금까지의 인종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백인과 특정 인종 그룹 하나만 놓고 비교하거나 아시안이 비교대상에 제외된 것과는 달리 모든 인종을 포함시켰다"며 "또 제한적인 일반 설문조사가 아닌 포커스그룹으로 깊이있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그동안 배제된 저소득층 유색인종의 목소리와 인종간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뜻밖 결과 = ARC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일반 가설(Post-Racial)'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실제 LA지역 Y세대는 범죄 고용 교육 이민 등 다방면에서 인종이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고 받아들였다. 이들은 인종 인종 갈등과 인종 차별이 여전히 사회에 뿌리깊게 존재하고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포커스그룹에 참가한 Y세대는 ▶인종별로 인종에 대한 의견을 달리했다. 참가자 가운데 소수만이 인종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일부는 인종보다는 돈과 계급이 사회적으로 더 문제라고 답했다. ▶백인은 인종 문제 및 갈등이 개인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받아들인 반면 유색인종은 대인 관계 뿐만 아니라 제도적 사회구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ARC는 "Y세대를 'Post-Racial' 세대라고 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ARC의 린쿠 센 회장은 "포커스그룹에 참여한 젊은이 대부분이 인종 문제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Y세대 사이에서도 백인과 유색인종 간의 인식 차이가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Y세대 특히 유색인종은 인종 문제를 이슈로 다루고 싶어한다"며 "인종 문제에 대한 깊은 대화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인종들이 말하는 분야별 인종 차별 현상
취직·교육은 물론 집 구할 때도 심해


▶범죄 = 범죄 분야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하다고 했다. 앤디(19.백인)는 "인종에 따른 선입견이 확실히 존재한다"며 "백인 경관이 더 인색하고 심술궂다"고 말했다. 엘렉시스(22.흑인)는 "범죄 유형은 같지만 형은 인종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미영(24.한국인)은 "4.29 LA폭동 당시 경찰은 한인타운에 와 업주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대신 베벌리힐스와 재팬타운에 가 그들을 보호했다"며 인종차별의 예를 들었다.

▶고용 = 고용 기회에 있어서도 인종이 주요인을 작용한다고 답했다. 백인의 경우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개선 해결의 시급함은 느끼지 못했다. 저스틴(18.백인)은 "똑같은 이력서와 졸업 학교 추천서를 가진 백인과 흑인 둘 중 백인이 흑인보다 취직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앤젤리카(19.라티노)는 "고용주들은 백인이나 아시안을 채용하길 원한다"며 "백인이나 아시안은 스마트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전했다.

▶교육 = 백인은 소수만이 교육 제공에서 인종 문제가 적용된다고 한 반면 유색인종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백인은 교사 재원 부족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유색인종은 개인 경험을 통해 인종차별을 느꼈다. 흑인이나 라티노 밀집 지역에서 공립학교에 다닌 경우 교사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한 수업당 학생 수가 너무 많은 경험을 했다. 교과서가 모자라거나 학교 시설이 충분히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해롤드(22.흑인)는 "내가 다녔던 학교는 교과서조차 없었다. 좋은 교사도 없었다. 하지만 베벌리힐스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보니 체육관에 농구 코트는 물론 수영장도 있더라"고 꼬집었다.

▶주택 = 주택을 소유하거나 아파트를 렌트할 때에도 인종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 모든 인종이 주택 소유 문제에 대해서는 인종보다는 돈과 계급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답했지만 아파트 렌트 시에는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민 = 라티노 특히 멕시칸들이 이민 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흑인도 유럽과 비교해 미국에서 합법적인 이민자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며 공감했다. 대부분은 이민자에게 더 오픈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한 백인 대학생은 "불법체류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학교 직장 사회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민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재희 기자 jaehee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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