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IT주, 조정장세 탈출구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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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정보기술(IT)주들이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에 따라 IT주들이 조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증시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16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래소 전체로는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IT주들이 몰려 있는 전기전자업종만큼은 7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 덕에 삼성전자.LG필립스LCD.LG전자.삼성SDI 등이 상승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IT업종의 강세가 바닥권 탈출을 모색하는 추세적 반등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과대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 두각 보이는 IT주=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7.8% 올랐다.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9%)을 네배 웃도는 것이다. 특히 대형 IT 종목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세가 뚜렷하다. 하이닉스가 이달 들어 19% 급등한 것을 비롯, ▶LG필립스LCD 11.4% ▶삼성전자 7.9%▶LG전자 3.9% 등이 각각 올랐다.

IT종목의 부활 조짐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양상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인 인텔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25.1달러를 기록, 연중 저점을 찍은 지난달 중순 이후 14% 올랐다.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 역시 같은 기간 16% 급등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역시 이달 들어 6%가량 올라, 같은 기간 미 나스닥지수 상승률의 두배를 웃돌았다. 대만 증시에서도 TSMC.UMC 등 주요 IT종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 본격 회복인가=올 연초 IT주들의 '반짝 강세'가 삼성전자의 실적에 고무된 막연한 기대감이었다면 이번엔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가격 반등 조짐이 받쳐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이래 지난달까지 1년여간 반토막으로 급락했던 국제 반도체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대만의 D램 중개업체 D램 익스체인지는 DDR D램 가격이 이달 중 바닥을 찍은 뒤 내달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LCD 역시 LCD TV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하반기엔 본격적인 제품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위원은 "IT업종의 반등은 사실 지난 1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유가.원달러 강세 등으로 조금 지연됐던 것"이라며 "최근의 강세는 하반기 IT업종의 본격 회복을 앞둔 선취매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투증권 손명철 연구위원은 "아직은 기대감일 따름"이라며 "제품가격 반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이달말까지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박석현 수석연구원도 "이달말 MSCI지수의 대만 비중 상향에 따라 외국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격 매수는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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