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서 삼성 비리 제보하면 포상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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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교 대표 내정자

삼성그룹이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한 감사(경영진단)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테크윈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은 뒤 감사 체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네 가지를 주문했다. ①감사 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②감사 인력을 늘리며 ③자질을 끌어올리고 ④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선안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이 짜고 있다. 개선안이 나오면 이에 맞춰 계열사별 감사 조직과 체계가 바뀌게 된다.

 독립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현재 각 계열사의 경영지원실장 밑에 있는 감사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힘을 더 실어주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감사 조직이 경영지원실장 아래에 있으면 재무·인사 분야 등 경영지원실 자체에 대한 감사를 엄격히 하기 힘들다는 점이 있다.

 현재 계열사 규모에 따라 전무에서 부장까지인 감사 책임자의 직급은 최소한 상무 이상으로 올릴 것이 확실하다. 이 회장이 “감사를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 만큼 비리에 따른 처벌이나 징계 규정도 보다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전략실 경영전담팀은 비리 제보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내부뿐만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 등으로부터도 제보를 받겠다는 것이다. 제보를 활성화하면 비리를 적발하기도 쉽지만 ‘언제 들통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예 비리를 저지르지 않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다. 확실한 제보에 대해서는 포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테크윈에서는 8일 오창석(61)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9일 하윤호(57)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 10명가량도 사의를 표했다. 이번 경영진단에서 적발된 부정에 직접 연루된 것이 아니라, 오 사장처럼 조직 운영을 제대로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고 삼성테크윈 측은 전했다.

 삼성테크윈의 후임 대표이사로는 김철교(53)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부사장이 내정됐다. 김 부사장은 한양대 통신공학과와 연세대 전자공학과 석사를 마친 엔지니어이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6년 3월까지 7~8년간 당시 그룹 감사를 담당했던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에서 일했다. 무엇보다 조직 기강을 바로잡을 만한 경력을 갖춘 인물을 대표이사에 내정한 것이다. 삼성테크윈은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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