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 “중수부 폐지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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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말 좀 합시다”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 속에 열렸다. 이해봉 전국위원장이 30분 가까이 전국위원회 회의내용을 설명하자 진영의원이 “나도 공개 발언하겠다”며 황우여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오른쪽)에게 손을 들어 발언권을 신청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존폐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사실상 중수부를 유지하는 쪽으로 9일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와 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 시기에 중수부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며 “저축은행 수사를 막으려고 정치권이 중수부를 폐지하는 것처럼 인식돼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6월 국회에서 중수부를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10일 사개특위 여야 6인소위에서 중수부 폐지에 합의한 직후엔 “1981년 생긴 대검 중수부의 역할은 송광수 검찰총장, 안대희 중수부장의 ‘정치자금 수사’ 이후 시대적 사명이 다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종언을 고했다”고 했었다.

 앞서 중수부 폐지 안건을 다룬 의원총회에서는 16명의 발언자 가운데 15명이 중수부 폐지에 반대했다고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그러자 황우여 원내대표도 “중수부 폐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국민여론 수렴을 위해 사개특위의 활동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6월 국회에서 중수부 폐지안을 처리하지 않을 생각임을 밝혔다. 사개특위는 6월 말 종료된다.

 한나라당은 7월부터 사개특위를 연장해 가동할 경우 이곳에서 다시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신설해 권력층을 수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사개특위 관계자는 “시간만 질질 끌어 당초 합의했던 중수부 폐지안을 무산시키려는 한나라당의 꼼수”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3월 사개특위에서 합의한 사안을 백지화해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건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나라당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더 이상 청와대 하수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검찰개혁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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