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설(世說)

특권층 위한 검찰개혁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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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차용석
한양대 법대 명예교수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검찰 제도는 본래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탄생했기에 독일에선 검찰을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라 부른다. ‘객관적인 검찰’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을 구현해 누구나 ‘법 앞의 평등’을 누리도록 해야 할 본연의 임무가 있다. 따라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신분, 지위, 경제적 능력 등을 막론하고 ‘가장 공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있다.

 지난 3일 국회 사개특위 검찰소위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중수부 폐지’와 ‘출국금지 및 압수수색 축소·제한’ 등이다. 소위 ‘힘 있는 사람’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없애거나 줄이자는 내용이다. 일반 국민들과는 무관하다. 공정한 검찰권 행사와도 거리가 멀다. 제대로 개혁하자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잘못된 수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통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찰개혁은 개혁 철학을 명백히 하여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국회 논의는 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과 정파 간 이해에 휘둘리고 있다. 정작 서민을 위해 필요한 ‘양형기준법 제정’이나 ‘영장 항고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법권력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판검사 인사 관련 개선방안은 외면하고 있다.

 사법개혁 전반에 관한 논의는 분명히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법상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찰이나 법원이 서민 위에 군림하면서 ‘힘 있는 사람’에겐 엄정하지 못한 반민주적 개혁은 이젠 그만두어야 한다.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를 보면 우리의 정치 수준에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과거 수차례 반복했던 ‘개혁의 실패’를 반복하려는 듯하다.

국회의원들 개인의 이해와 당리당략에 흔들리는 개혁은 늘 실패해왔다. 일부 특권층을 위한 개혁은 개악(改惡)이다. 결코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차용석 한양대 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