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선 술 냄새 풍기며 출근하면 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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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소한 영어문서만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에 입사한 유럽 출신 A씨(30)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언어’였다. 일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영어문서조차 없어 시간이 배로 걸리는 건 예사였다. 통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빠져 오해를 샀고, 영어를 못하는 직원들은 그만 보면 슬금슬금 피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화됐다고 하지만, 언어는 물론이고 모든 일 처리가 지나치게 한국식이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화이트칼라 1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외국인 화이트칼라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기업문화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화이트칼라들은 특히 한국 기업의 권위적인 조직 문화를 힘들어했다. 능력보다 직급이나 서열이 더 중시되다 보니 신입사원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

외국인 직원 B씨는 “중간 관리자층의 시각이 아직도 굳어 있어 외국인 직원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한계로 꼽기도 했다. 외국인은 중요한 일에서 쉽게 배제되다 보니, 승진의 기회도 그만큼 적다는 것. 외국인 직원 C씨는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외국인 리더를 만난 적이 없다”면서 “외국인 직원이 어느 직급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도한 회식문화도 부담스러운 기업문화로 꼽혔다. 스트레스를 풀고 화합을 다진다는 명분으로 열리는 회식 술자리가 너무 잦고, 지나치게 오래간다는 것. 독일인 D씨(29)는 “독일의 경우 전날 과음해 술 냄새를 풍기며 출근하는 직원은 바로 해고당한다”며 “회식 때 과음한 후 다음 날까지 술에 취한 채 일하는 한국인과 그걸 용인하는 회사는 글로벌 시각으로 볼 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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