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왠지…’ 하던 해치백, 전성시대 오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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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한국GM의 쉐보레 크루즈5는 정통 5도어 해치백이다. 동급 최대의 전장(4510㎜)과 전폭(1790㎜)으로 넉넉한 공간이 강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아 ‘무덤’으로 불리기까지 한 차종이 있다. 바로 ‘해치백’이다. 해치백은 트렁크가 붙어 있는 뒷문을 위로 들어올릴 수 있는 차량을 뜻한다. 뒷문과 승차할 수 있는 문짝이 4개가 있는 경우 ‘5도어’, 뒷문과 2개의 문짝이 있는 경우 ‘3도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치백은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와 함께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적재 공간이 넓고, 물건을 쉽게 넣을 수 있어 실용성이 높다.

스타일도 천편일률적인 세단보다는 다양하다. 후면부가 세단형 차량에 비해 짧아 주차에 편리하다. 주차공간이 좁은 유럽에서 인기를 누리는 차종이다. 이런 장점에도 해치백은 국내에서 유독 유행가 제목처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꼽혔다. 최근 이런 편견을 깰 만한 신형 해치백이 잇따라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GM이 이달 1일부터 시판한 쉐보레 크루즈5는 해치백의 대표주자다. 김태완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섹시 앤 스마트’라는 제품 컨셉트로 개발한 차량”이라며 “매력적인 스타일과 강력하고 다양한 성능을 갖춘 실용적인 해치백”이라고 소개했다. 이 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5도어 해치백이다. 동급 최대의 전장(4510㎜)과 전폭(1790㎜)으로 넉넉한 공간이 자랑이다. 그래서 성인 다섯 명이 여유롭게 승차할 수 있어 이를 내세우기 위해 ‘5’를 붙였다고 한국GM 측은 설명했다.

 크루즈5가 또 내세우는 장점은 동력 성능이다. 2.0L 디젤 엔진은 터보 차저(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엔진에 불어넣는 장치)도 달렸다. 그래서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6.7㎏·m를 낸다.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가솔린 3.0L 엔진 이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유로5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켰고, 공인 연비도 15.9㎞/L가 나왔다.



 크루즈5가 정통 해치백이라면 현대 벨로스터는 개성파 해치백이다. 현대 벨로스터는 i30의 후속 모델(GD)이 올 하반기 9월께 출시되기 전까지 현대차 해치백의 명맥을 잇기 위해 나왔다. 벨로스터는 국내 최초의 비대칭 차량이다. 벨로스터는 운전석 쪽에는 문짝이 하나, 동승석 쪽에는 문짝이 두 개다. 그런데 후면부는 바로 해치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승석 사장은 “쿠페의 스타일과 해치백의 실용성, 감성 프리미엄을 결합한 신개념 PUV(Premium Unique Vehicle)”라고 소개했다. 뒷좌석을 6대4로 나눠 접을 수 있어 적재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해치백의 특성이 그대로 들어 있다. 트렁크 용량도 440L로 쿠페보다는 해치백에 가까운 적재 공간이다. 벨로스터는 4월 1217대, 5월 1882대가 팔리는 등 쏠쏠한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 i30의 자매 차량인 기아 포르테 해치백도 지난해 1.6L 직분사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를 얹고 나와 고성능 해치백으로 통한다.

 수입차로 눈을 돌려봐도 경쟁력 있는 해치백 모델이 많다. 폴크스바겐 골프는 국내에서도 해치백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대표 모델이다. 골프가 2000년대 중반 고급차 위주의 국산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현대차는 유럽에서만 팔던 해치백 i30를 2007년 하반기 국내에도 내놓기도 했다. 2009년 6세대 골프가 나온 가운데 올 1월 출시된 골프 1.6 디젤 블루모션은 연비에 초점을 맞췄다. 21.9㎞/L의 높은 연비와 함께 시속 150㎞ 이상의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고급형 해치백의 출현도 앞두고 있다. BMW는 6일 뉴 1시리즈의 첫 5도어 해치백을 공개했다. 강력한 주행성능과 넉넉한 공간이 특징이다. 1.6L 가솔린 모델은 최대 출력 136마력을, 1.8L 가솔린은 170마력을, 2.0L 디젤은 184마력을 각각 낼 수 있다. 유럽에서는 하반기 출시되며 국내에는 내년 상반기 중 상륙할 예정이다. 가격은 기존 3시리즈보다 수백만원 정도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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