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사우디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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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5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사나의 중심부에 반정부 시위대가 모여 깃발을 흔들며 축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대파들이 그의 출국이 망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했다. [사나 AP=연합뉴스]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69·사진) 예멘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과 로이터 등은 5일(현지시간) 살레 대통령이 부상 치료를 위해 전날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인지, 망명을 시도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살레 대통령의 권력 이양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BBC에 따르면 살레 대통령은 사우디 의사들의 권유에 따라 사우디 측의 환자 수송용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비행기에서 스스로 걸어서 내려왔으나 얼굴·목·머리에 부상의 흔적이 보였다고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3일 대통령궁 내의 사원에서 일어난 폭발로 심장 아래 부위를 다쳤다. 폭발에 의해 날아온 나뭇조각에 의한 것이었다. 얼굴에는 2도 화상을 입었다. 폭발은 반군세력의 로켓 공격으로 추정됐으나 누군가 미리 설치해 놓은 폭발물이 터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사건으로 경호원 11명이 숨지고 정부 관리 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살레 대통령의 출국이 망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 예멘 정부는 대통령의 근황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 관리는 살레 대통령의 가족들도 리야드로 왔다고 밝혔다.

 33년간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퇴진 압박을 받아 왔다. 살레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망명을 결심할 경우 압드 라보 만수르 하디 부통령이나 군 지도자 중 한 명이 권력을 이양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 정부군과 반정부세력의 유혈 충돌이 빚어지며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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