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 측에 1만 달러 제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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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3일 북한의 ‘정상회담 비밀접촉’ 공개에 대해 “우리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결과적으로 남남 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통전(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우리가 (회담을) 애걸복걸했다면 북한이 이런 식으로 폭로를 했겠느냐. (정부는) 당당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다.

 현 장관은 이어 “북한이 1월 초부터 대화공세를 시도해왔고 우리는 ‘대화만을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얘기해왔다”며 “그런데 북측이 한 번 만나자고 얘기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 그 문제(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이라고 밝혀 이번 접촉이 북측의 제의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접촉이 베를린 선언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현 장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돈봉투’를 전했다고 북한 측이 공개한 것과 관련, “정부가 실비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제공했고 그것은 교통비와 호텔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북 실무자들이 지난해 12월 초 베트남에서, 올해 3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또 다른) 비밀접촉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남북 간 협상에 실패했고 국제 망신을 당했으며 남북관계도 파국을 맞았으니 비밀접촉에 연루돼 있는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대통령실장은 사표를 쓰라”고 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도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책임질 건 책임져야 한다”며 “북한이 폭로한 우리 측의 남북정상회담 제의 방식을 보면 ‘돈봉투’ ‘정상회담 구걸’ 등 지난 정권들의 협상 행태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북한 발표처럼 (정상회담을) 애걸하거나 돈봉투로 매수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유도, 북한이 명분 있게 나올 수 있는 노력을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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