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의 배반? … 내년 1월 사임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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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이 부결된 지 하루 만에 일 정계가 들끓고 있다. 조기 사임 약속을 내세워 불신임 칼날을 비켜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바로 이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간 총리로부터 퇴임 약속을 끌어내 불신임안 표결에서 민주당 표심을 붙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간 총리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하토야마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제2차 추경 예산안이 성립되는 단계에서 총리가 사임할 것을 요청했었다. 따라서 2일 하토야마와의 단독 회동 후 총리의 자진 사퇴 발표가 나온 만큼 퇴진 시기는 6월 말 이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일 언론들은 간 총리가 자신의 퇴임 시기를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물질 방출이 거의 없어지고 냉온정지 상태가 유지되는 시점”이라고 한 것은 내년 1월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냉각 정상화 로드맵에 따르면 원자로가 섭씨 100도 미만의 냉온정지 상태로 유지되는 시기는 오는 10월 중순에서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간 총리는 오는 22일 종료 예정이던 이번 국회 회기를 올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르면 이달 안에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그가 조기 퇴진 가능성을 부인하자 민주당 내 일부 세력은 반발했다. 특히 하토야마는 3일 “배반당했다. 인간으로서 바닥”이라고 간 총리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중·참의원 의원총회를 열어 총리를 끌어내리겠다고 했다. 야당이 다수인 참의원의 총리 몰아내기도 본격화됐다. 자민당의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참의원 정책심의회 회장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간 총리 문책 결의안을 6월 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일 인터넷판에서 “집권당에서 총리를 끌어내리려던 ‘오자와의 난’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 불신임안 표결이 이뤄진 11년 전 ‘가토의 난’과 똑같다”고 분석했다. 자민당 정권의 파벌 영수를 지낸 실력자였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은 2000년 11월 당시 야당이 제출한 모리 내각 불신임안에 동조, 가토를 포함한 약 40명의 의원이 결석 혹은 기권했다. 그러나 불신임안이 부결됐으며 모의를 주도했던 가토는 몰락했다.

 오자와의 정국 구상도 엉클어졌다. 오자와는 2일 간-하토야마 회담 내용을 듣고 “퇴진을 언급하게 한 것만으로도 성과”라며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자율적으로 투표하라고 지시했다. 본인은 표결 때 등원하지 않고 개인 사무실에서 TV 중계를 시청했다. 결국 압도적 표차로 총리 불신임안은 부결됐고, 오자와 측근 중에서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은 마쓰키 겐코(松木謙公) 의원뿐이었다. 민주당은 2일 밤 상임 간사회에서 마쓰키 의원을 제명 처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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