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선거에 파고든 국회 문방위의 영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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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52·사진) 한나라당 의원이 한국농구연맹(KBL) 제7대 총재로 선출됐다.

 한 의원은 3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KBL 총재 선출을 위한 투표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7개 구단의 지지를 얻어 전육(65) 현 총재를 제쳤다. 한 의원은 8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전 총재에 이어 9월 1일부터 3년간 프로농구를 이끈다.

 한 의원과 전 총재는 지난 1일 총재 경선에서 5차 투표까지 5 대 5로 팽팽하게 맞서며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날 열린 재투표에서는 10개 구단 단장으로 구성된 이사진 중 7개 구단이 한 의원에게 표를 던져 차기 총재가 결정됐다.

 한 의원은 당선 후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직업(아나운서)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처럼 떨린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농구 경기의 지상파 TV 중계를 늘리고, 농구 선수 신분 등에 관한 법·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한 의원은 1984년부터 MBC 아나운서로 활동했으며, 아나운서 시절 대우증권(현 전자랜드)의 농구장 장내 아나운서를 자처했을 정도로 농구 매니어다.

 그는 제17·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용인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국회의원인 한 의원은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며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KBL 수장이 됐다.

 97년 출범한 KBL이 경선을 통해 총재를 선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프로농구계에서는 한선교 당선자가 현직 의원이라는 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의원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다. 프로농구에는 SK·KT·LG 등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농구단이 3개 팀이며, 이들 팀이 투표를 하는 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신 3사는 국회 문방위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한 의원은 “현직 정치인이 프로스포츠 단체장이 됐다고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말로 하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직접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그는 “내년 4월에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데 프로농구 일에 소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3선 의원이 돼서 농구에 더 큰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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