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콘/주트 심스〈Jazz From A To Z〉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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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루파의 명반 〈Drum Battle〉에서 진 크루파가 행했던 대결 구도의 연주와는 달리 레스터 영의 문하로 50년대를 주름잡던 오랜 지기 알 콘과 주트 심스가 연주한 본 작 〈Jazz From A To Z〉는 웨스트 코스트 뮤지션들이 활약하던 당시의 흐름을 반영하는 듯한 부드럽고 경쾌한 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알 콘(Al Cohn)과 주트 심스(Zoot Sims) 이 둘은 이 앨범을 계기로 2년 후에 〈Jazz Alive! A Night at the Half Note〉라는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필자 개인적으론 본 작이 더 마음에 끌린다. 비록 서로의 톤을 확연히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주트 심스의 톤이 알의 톤에 비해 좀 더 가볍고 딱딱한 느낌이라면 알 콘은 무거우면서도 부드러운 톤으로 연주한다는 걸 염두 해 두고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도록 하자.

알의 연주로 시작하는 첫 곡 'Mediolistic'는 드러머 오시 존슨(Osie Johnson)의 곡으로 알과 주트의 인터플레이와 오시 존슨의 드럼 연주를 사인으로 연주되는 절묘한 앙상블이 훌륭하다.

이어 흐르는 두 번째 곡 'Crimea River'는 감미로운 발라드 곡으로 두 테너 색소폰 사이를 교묘히 파고드는 트럼펫과의 앙상블이 특히 아름답다. 알토와 바리톤 색소폰으로 유명한 매니 앨범(Manny Albam)의 곡인 'A New Moan'에서 알과 주트는 쉽고 편안한 비트에 맞춰 특유의 드라이한 톤으로 연주를 한다. 종반의 피아노 솔로에 이은 색소폰과 트럼펫의 어울림이 뛰어난 곡이다.

'A Moment's Notice'은 밝은 톤으로 시작을 하는데 알의 첫 솔로에 이어 조용히 흐르는 두 색소폰의 선율 위로 트럼펫이 연주된다. 그리고 주트의 연주가 그 트럼펫의 뒤를 이어나오는데 앞부분의 알의 연주와 비교해 듣는 다면 서로의 연주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알이 쓴 곡 'My Blues'는 느린 템포의 블루스 곡으로 잔잔한 베이스 리듬과 색소폰 라인 위를 홀로 걷는 초반의 트럼펫 솔로가 그 뒤를 잇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색소폰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Sandy's Swing'에서는 주트가 먼저 닫혀져 있던 포문을 열고 빠르게 이끌고 매혹적인 트럼펫과 알의 색소폰 솔로가 그 뒤를 잇는다. 스윙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빠른 템포의 전개로 인해 연주의 생동감이 더해지는 것 같다.

'Somebody Loves Me'는 트럼펫이 빠지고 피아노가 데이브 멕케너(Dave McKenna)에서 행크 존즈(Hank Jones)로 바뀌어 퀸텟으로 연주되는데 업템포 된 알과 주트의 색소폰 연주가 날 사랑하는 그 누군가에 대한 기쁨 마음을 잘 표현했다. 다시 섹스텟으로 연주되는 'More Bread'는 알과 주트가 번갈아 가며 거의 비슷한 톤으로 같은 프레이즈를 연주하는 초반부가 이 곡의 백미인데 라이너 노트를 참고하지 않고 둘의 사운드에 귀 기울여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것이다. (아쉽게도 필자는 라이너 노트를 미리 읽어 버려 그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Sherm's Terms'는 트럼펫을 맡고 있는 딕 셔먼(Dick Sherman)이 쓴 곡으로 앙상블에 이은 트럼펫, 피아노, 알의 색소폰, 트럼펫, 주트의 색소폰 그리고 다시 트럼펫으로 이어지는 솔로 연주가 인상적이다.

동명 타이틀 곡 'From A To Z'는 알 콘이 작곡한 곡으로 'A'와 'Z'는 알과 주트의 이니셜로 곡 제목은 둘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것이다. 감미로운 톤으로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알과 주트의 색소폰이 둘 사이의 거리가 거의 없음을 짐작케 한다.

'East Of The Sun(And West Of The Moon)'는 달콤한 발라드 곡으로 트럼펫 없이 알과 주트 둘이 매혹적인 멜로디 라인을 이끌어 나가는데 서로 다른 곳에서 뜨고 지는 태양과 달처럼 함께 있을 수 없는 연인의 애틋한 심정을 표현한 듯 조금은 구슬프다.

사실상 끝 곡 'Tenor For Two Please, Jack'는 피아노 없이 리듬 섹션과 색소폰만으로 진행되는 오프닝과 초반부가 훌륭한데 들어가고 나가는 타이밍이 거의 완벽한 알과 주트 둘의 인터플레이가 드럼과 잘 어울려 듣기 좋다.

열 세 번째 트랙부터 열 여섯 번째 트랙까지는 앞에 이미 연주한 것을 멤버를 바꿔 연주한 것으로 거의 비슷한 연주를 들려준다.

마음이 맞는 훌륭한 콤비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들 한다. 알과 주트가 그러했듯이 살아감에 있어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필자도 조금은 욕심을 부려 주트와 알처럼 훌륭한 벗을 만나길 바라며 다시금 그들의 시선을 느끼러 스피커를 향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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