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그파 코리아 피터 갈브레이드 대표

중앙일보

입력

"아그파는 더 이상 필름회사가 아닙니다. 디지털과 영상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킨 이미징(Imaging) 전문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

아그파 코리아의 피터 갈브레이드 대표(42)는 "1백33년전에 창업한 아그파는 기업변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노(老)기업" 이라고 말했다.

- 아그파는 왜 필름회사가 아닌가.

"전체 매출에서 필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다. 80%의 매출을 이미지 촬영과 편집, 인쇄장비가 차지한다. X레이 필름을 비롯한 의료영상 장비도 주요 생산품목이다"

- 오래된 기업이 어떻게 변신했는가.

"아그파는 1981년 바이엘의 자회사가 되기도 했으나 '제약회사의 의사 결정이 너무 느리다' 며 다시 뛰쳐나온 회사다. 88년 미국의 컴퓨터 그래픽사 인수를 시작으로 이미징사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흡수 합병을 시도하는 업체가 아그파다. "

- 국내 필름시장이 외국기업들의 독무대가 됐는데.

"필름 시장의 경쟁은 세계적 현상이다. 한국 내에서도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아그파는 그러나 필름쪽에는 공격적이지 않다. "

- 한국 기업이 필름사업에 도전해 성공할 가능성은.

"힘들 것이다. 디지털.컴퓨터가 보편화됨에 따라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계속 필름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본다. "

- 디지털 기술로 전자업체들이 필름업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아그파는 거꾸로 디지털 카메라와 스캐너.프린터를 개발, 디지털영상 쪽에 진출하고 있다. 필름 고유의 시장은 남겠지만 영상분야에 첨단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파고들 것이다. "

- 한국을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삼는 외국기업이 늘고 있다.

"아그파도 반월공단에 50여 명의 종업원과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옵셋 인쇄판 3백5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5백만 달러로 수출 목표를 올려잡았다. 곧 생산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다. "

- 국내에서 아그파의 인지도가 매우 낮지 않은가.

"소비자와 접하는 필름 쪽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쉬리.내마음의 풍금.텔미섬씽은 아그파의 영화용 컬러 복사 필름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래픽 영상과 의료용 영상 장비에서도 시장점유율 30~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지구 반대편인 '남아공에서 태어난 '바이엘 남아공 지사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한 '갈브레이드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난 둘째딸 이름을 '미래' 라고 지었다.

딸에게는 "서울 강남이 너의 고향" 이라고 가르친다. 타고난 유머 감각으로 그는 주한 외국기업인들 사이의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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