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잘 쓴 배천석 … 올림픽축구팀 짜릿한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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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천석이 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서 후반 11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두 골을 기록한 배천석은 올림픽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강릉=정시종 기자]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3-1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전반 22분 오만의 알 하드리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후반 2분 황도연(전남)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11분과 36분 배천석(숭실대)이 연속으로 헤딩골을 넣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19일(홈)과 23일(원정) 요르단과 런던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른다.

지동원

 한국은 전반 내내 고전했다. 지동원(전남)을 최전방에 내세웠지만 오만의 강한 압박에 밀려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좌우에 포진한 김보경(세레소)과 이승렬(서울)의 크로스는 날카롭지 못했다. 밀집 수비를 뚫어줄 미드필더들의 강한 중거리포도 부족했다. 코너킥 10차례, 프리킥 7차례 등 세트 피스 기회는 많았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은 전반 22분 상대 역습 상황에서 공격수를 놓쳐 선제골을 허용했다. 한국의 벌칙구역 왼쪽에서 공을 잡은 알 하드리는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 숫자는 많았지만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후보 선수들이 흐름을 뒤집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김태환(서울)과 배천석은 빠른 움직임으로 올림픽 대표팀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김태환은 후반 2분 개인 돌파로 오만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크로스로 황도연의 헤딩 동점골을 이끌었다.

 이제부터 배천석의 원맨쇼였다. 후반 11분 지동원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경기를 뒤집었다. 1m85㎝의 장신 공격수 배천석은 상대 골키퍼의 손보다 높은 타점에서 공을 내리찍었다. 후반 36분에는 김태환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볼을 다시 한번 머리로 해결했다.

 올림픽대표팀은 그동안 주축으로 활약해 온 구자철(볼프스부르크)·윤빛가람(경남) 없이 런던 올림픽 예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배천석은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 줄 적임자로 떠올랐다.

 경기 분위기가 한국으로 넘어가자 오만은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다. 오만은 후반 29분 아메르 알 샤트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데 이어 후반 38분에는 첫 골을 넣은 알 하드리마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경기장에서 물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계에 안 좋은 소식이 많은데 어린 선수들이 잘해줘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다”며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좋은 선수들이 더 합류한다면 점점 나아지지 않겠나 싶다. 또 김영권과 홍정호 등 A대표팀에 가 있는 선수들을 올림픽 예선전 때 부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메드 알 아자니 오만 감독은 “전반전은 만족한다. 공격이 잘 풀렸다. 하지만 후반전에 여러 가지 실수를 많이 해서 득점을 내줬다. 특히 한국의 측면 수비를 뚫지 못한 게 패인이 됐다. (한국은) 특정 선수를 꼽을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패스 플레이가 좋고 조직력이 강했다”고 했다.

 한편 올림픽대표팀의 주공격수 지동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입단을 추진하고 있다.

 지동원의 아버지 지중식(52)씨는 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일주일 안에 결정이 나지 않겠나”며 이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동원의 선덜랜드 구단 이적 협상과 관련해 다수의 유럽 축구 관계자들도 “선덜랜드가 지난주 지동원 영입과 관련한 서류를 전남 구단에 보냈다. 두 구단이 이적료에 합의하면 협상이 마무리된다”고 전했다. 선덜랜드는 지동원 측에 연봉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구단에는 지동원의 연봉보다 조금 더 많은 이적료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기간은 3년을 원한다.

 이적이 결정되면 지동원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영표(알 힐랄·전 토트넘)·설기현(울산·전 풀럼)·이청용(볼턴) 등에 이어 여덟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최연소 (만 20세1개월) 프리미어리그 진출 기록도 새로 쓴다.

글=김종력, 이정찬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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