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정부와 경기도, 수도권 공장 설립 놓고 왜 싸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얼마 전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 회의 도중 경기도지사가 국무총리와 언쟁을 벌이다 퇴장해버린 소동이 있었던 것 아시죠. 이때 갈등의 원인이 바로 수도권에 공장 설립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경기도지사는 공장을 더 자유롭게 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국무총리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좀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업이 자기 돈을 들여 공장을 짓겠다는데, 왜 된다 안 된다 논란을 벌이는 것일까요. 바로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틴틴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서울.인천.경기도 일대, 즉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가 집중돼 있습니다. 수도권 면적은 전국의 11% 정도인데 인구는 전국의 절반 가까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기업체.정부기관.언론기관.문화시설 등도 몰려 있습니다. 인구와 기업체가 많다 보니 수도권에는 일자리도 많아지고 소득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사람과 돈이 수도권으로 몰리다 보니 흔히 '지방'이라고 부르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불만이 생깁니다. 경제는 나빠지고, 소득은 줄어들고, 문화적 혜택에서도 멀어집니다. 수도권은 수도권 나름대로 인구가 너무 많다 보니 교통.주택.환경 문제 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수도권에 몰린 인구와 경제력을 전국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등입니다. 이런 법률에 의거, 수도권을 인구집중도 등에 따라 과밀억제권.성장관리권.자연보전권 등으로 나눠 일정규모 이상의 학교.공공청사.연수시설.공단.택지 등을 짓는 데 까다로운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3년마다 수도권에 지을 수 있는 공장 총 면적을 미리 정해 놓고 이 범위 안에서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이런 규제는 특히 대기업에 더욱 엄격히 적용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도 만만찮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느니 차라리 해외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으려던 외국자본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수도권 일대를 도쿄.상하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북아 허브(경제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죠.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수도권에 공장을 짓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인구가 많고 교통도 편리해 직원 구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공항과 항만이 가까워 제품 수출이나 원자재 수입에도 유리합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 정부는 외국기업과 대기업의 공장 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25개 첨단 업종에 한해 한시적으로 외국기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14개 업종의 증설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과 경기도는 이 같은 예외 규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업종을 현행 25개에서 더 확대하고, 외국인보다 더 심한 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적어도 외국자본 수준만큼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논란에 변수로 떠오른 것이 행정수도 이전입니다. 관공서와 공기업 등을 지방으로 옮기는 대신 수도권에는 그만큼 여유가 생겼으니 수도권 공장 규제를 좀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커진 것입니다.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시한이 끝난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장 신.증설 허용 기간을 다시 연장해 주고, 국내 대기업에 대한 규제도 점차 완화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를 전면 확대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당장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강원도 등 지방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냐,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균형발전이 우선이냐.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할지 틴틴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