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없는 고속도로 ‘응급처치’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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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속도로가 아닌 주차장이었다. 24일 오후 4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고양 방면으로 양주요금소를 통과하자 도로 갓길엔 30여 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운전자들은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곳을 찾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하이패스단말기 판매용 천막까지 설치돼 있었다. 차에서 쉬고 있던 운전사 김모(41)씨는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없다 보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차를 갓길에 대고 쉰다”고 말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에 휴게소가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경기도의회가 나섰다. 경기도의회 이재준(고양시) 의원 등은 최근 휴게소 설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오는 7월 도의회 임시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도의회는 결의안이 통과되면 이를 국토해양부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007년 12월 완전 개통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일산IC∼송추IC∼퇴계원IC, 36.3㎞)은 민간자본으로 건설됐다. 남부 구간엔 서하남·청계 휴게소가 있고 시흥에도 휴게소를 설치하고 있지만 북부 구간은 휴게소가 한 곳도 없다. 퇴계원IC(나들목)에서 가장 가까운 서하남휴게소까지는 17㎞ 떨어져 있다. 일산에서 출발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들어선 차량이 휴게소에 가려면 53.3㎞를 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수도권 고속도로의 경우 30㎞ 정도마다 휴게소가 설치돼 있다.

  결의안을 낸 이 의원은 “북부 구간에 휴게소를 설치하면 휴게소 운영 수익금으로 통행료 인하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교량이 많아 휴게소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북부 구간의 특성을 감안해 서해안고속도로의 행담도휴게소처럼 도로 한쪽에만 휴게소를 설치해 양방향으로 운행하는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휴게소 부지와 공사비를 줄일 수 있 다는 게 도의회의 설명이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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