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부모 "문자 메시지로 통해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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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발표(5월 2~9일) 학생 건강에 유의. 열심히 지도하겠습니다. -양재고 교사 일동"

"항상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께서도 건강 유의하시고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 "

최근 서울 양재고의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에 오고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중 하나다.

이 학교는 한 달 전부터 1~3학년 학부모 1000여 명에게 문자메시지로 학교 소식과 각종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병원에서 예약일 일주일 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우리 학부모들한테도 보내면 참 좋아하시겠구나 생각했어요. 첨단 정보화 시대에 학교도 앞서가려 노력해야죠."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이 학교 최난주(59.여) 교장의 말이다.

지난달 초 전체 학부모 1300여 명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문자메시지 받기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 웹투폰(web to phone) 방식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메시지를 여러 사람의 휴대전화로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이다.

"황사 발생. 눈병 주의. 귀가시 손발 깨끗이 씻도록 지도 바람."

"중간고사 시행. 등교시간 10시까지. 학생의 아침밥을 꼭 챙겨주세요. ^^"

"13일 교내 마라톤대회. 희망 학부모 참여하세요."

학부모에게 도움될 만한 내용을 짧은 문장으로 압축해 보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맙습니다." "믿고 맡기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10분도 채 안 돼 100여 통의 답장이 밀려들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학교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3학년 딸을 둔 조혜숙(43.서초구 서초동)씨는 "학교에 대해 서먹서먹했는데, 아이들처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정이 쌓인다"며 "아이들이 그날 뭘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집에서 지도하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장인숙(46.서초구 서초동)씨는 "촛불집회 때도 '좀 더 깊이 생각한 뒤 결정하도록 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더 신중히 생각했다"며 "특히 1학년들은 여러 모로 많이 불안한데 학교에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니 신뢰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참여도 활발해졌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1학년 학부모 시험감독 희망자 신청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1학년 학부모들에게 보내자 불과 10여 분 만에 88명이 문자메시지로 신청을 해왔다. 가정통신문을 이용했으면 며칠이 걸렸을 일이다.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2학년 이현종(17)군은 "가정통신문은 학생이 집에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정보를 바로 알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학교 측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종우 교감은 "'지금이라도 문자메시지 받기를 신청할 수 있느냐'는 학부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조만간 2차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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