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아닌데 생리 끊기면 뇌하수체 종양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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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가 생리가 불규칙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생리는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다. 일정해야 할 생리주기가 들쭉날쭉해 불안할 때가 있다. 때가 됐는데 안 하거나, 때가 아닌데 하는 것이다. 생리주기는 몸의 변화를 반영한다. 여성의 몸은 매달 오르락내리락 리듬을 탄다. 흐름은 스트레스·체중변화·여행·병치레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면 건강을 의심해야 한다. 질병을 알리는 증상이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일 수 있다. 한 달에 한번 고마운 신호, 생리를 알아보자.

생리주기 35일 이상, 21일 미만이면 문제

인생의 첫 생리는 12세쯤 터진다. 임신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폐경이 되는 45세 무렵까지 약 400~500번 생리주기를 맞는다. 이는 일생 동안 배란 되는 난자의 수다.

 난소는 한 달에 한 번 난자를 내보낸다(배란). 나팔관을 따라 자궁에 도착한 난자는 정자와 만나 수정란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 사이 여성의 몸은 수정란이 아기로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잔뜩 만들어 둔다. 자궁 안쪽 막에 혈액을 스펀지처럼 두툼히 쌓아두는 것. 수정란이 이 자궁내막에 착상해 발달하면 임신이다. 준비한 게 쓸모 없어졌다면 혈액 조직이 조금씩 무너져 질 밖으로 나온다. 생리혈이다.

 생리주기는 성호르몬이 지휘한다.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에서 신호를 보내면 에스트로겐이 분비돼 자궁내막에 혈액을 쌓고, 이후 프로게스테론이 나오면 시멘트를 바르듯 벽을 튼튼히 보존하며 임신을 기다린다. 그러다 임신이 안 되면 프로게스테론 양이 줄면서 생리가 시작된다.

 생리는 보통 28일 주기다. 이보다 일주일 짧거나 길어질 수 있다. 한 번 시작하면 4일간 지속한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도 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비정상적인 부정출혈이다. 생리주기가 35일 이상이면 ‘희발월경’, 21일 미만이면 ‘빈발월경’이다. 10명 중 1명이 해당된다. 생리량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진료를 받는다.

활습관 불규칙하면 생리주기도 불규칙

초경 이후 1~2년간은 생리가 불규칙할 수 있다. 자궁내막에 혈액을 깔 만큼 성장했지만 난자를 내보낼 준비는 덜 된 것이다.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양윤석 교수는 “무배란에서 배란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며 “10대는 자기만의 생리주기가 완성되는 시기라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활습관이 엉망이면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갖기 어렵다.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이유다. 청소년기에 생리주기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20대 넘어서도 불규칙하다.

 너무 뚱뚱하면 생리가 안 나온다. 양윤석 교수는 “인슐린이 잘 작용하지 않아 배란이 안 된다”며 “남성호르몬도 강해져 몸에 털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체중을 5%만 줄여도 생리주기가 돌아온다. 반대로 너무 말라도 난자 생성이 안 된다.

 난소에 작은 물주머니가 많이 생기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이어도 생리주기가 멈춘다. 딸에게 유전되며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

 16세 넘어서도 초경이 없으면 ‘원발성 무월경’을 의심한다. 자궁·질이 형성되지 않은 선천성 기형, 염색체 이상, 사춘기 지연 등이 원인이다.

 폐경기가 다가와도 생리주기가 변한다. 빨라졌다가 띄엄띄엄 하다 끊긴다. 하지만 폐경 이후 질 출혈이 반복되면 자궁내막암의 증상일 수 있다.

 생리를 안 한다고 무조건 임신은 아니다. 양 교수는 “지나친 스트레스, 무리한 다이어트·운동, 비만 등 원인이 다양하다”며 “당뇨병처럼 대부분 생활습관을 고치면 정상화한다”고 했다. 심지어 상당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동료의 페로몬 냄새에 따라 생리주기가 같게 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초음파·호르몬 검사로 확인해 봐야

생리는 그러나 거르는 달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확인이 필요하다. 자궁내막의 혈액 벽이 생리 없이 몇 달간 과도하게 쌓이면 갑자기 무너져 하혈한다. 대개 성호르몬 분비의 문제다. 에스트로겐이 세포를 증식시키는 걸 방치하면 자궁내막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해 자궁내막을 얇게 해야 한다.

 이외 골다공증과 여드름을 일으킨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초음파 검사로 자궁내막 두께를, 호르몬 검사로 부족하거나 넘치는 양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치료에 피임약을 이용한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의 양에 맞춰 피임약의 용량과 복용법을 정한다.

 생리처럼 나오지만 질 출혈인 경우도 있다. 질병을 알리는 증상이다. 자궁내막암이나 자궁경부암이 있으면 질 출혈이 있다. 암(악성종양)이 아닌 자궁근종(양성종양)도 생리통을 유발하다 크기가 커져 질 출혈을 일으킨다. 양이 적더라도 생리기간이 아닌 때나 성관계 후 출혈이라면 의심한다.

 피임약을 먹는 여성에게 질 출혈이 있을 수 있으나 2시간에 패드 하나가 흠뻑 젖을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다.

 임신은 아닌데 생리가 없다면 내분비계 이상이나 뇌하수체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기관들이다. 뇌하수체 종양이면 생리가 없고 유방이 커지며 유즙이 분비된다. 또 정면이 아닌 양 옆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임순 교수는 “불규칙한 생리주기는 대부분 치료가 쉬운 편”이라며 “3개월 이상 거르면 원인을 파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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