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부대 위령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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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25전쟁 때 산화한 백골부대 전우 160명을 추모하는 위령제가 6월 3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 백골부대 성역지에서 열린다. 이 부대 유일의 생존자였던 최수용옹(사진)이 1983년 이곳 성역지를 마련하고 매년 6월 제사를 지내온 지 28년째 맞는 위령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조금 달라졌다. 사비를 털어 제사상을 마련하고 제주 역할을 해온 최옹이 향년 83세로 2월12일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위령제 제사상은 울주군과 울산백골전우회(회장 이선권)가 고인이 된 최옹을 대신해 마련한다. “나라를 위해 싸운 호국영령을 잊지 말아달라”는 최옹의 유지를 이어받은 것이다. 제사 대상도 1명 추가됐다. 그 동안 모셨던 160명과 나란히 최옹의 위폐도 함께 모신다.

 최옹이 필생의 업인양 위령제를 지내온 대상은 1950년 함경도 부령 공격에 나선 백골부대(3사단) 18연대 6중대원 160명이다. 12월1일 오전 작전에 나선 직후 철수명령이 떨어졌지만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2개월여 동안 고립됐다가 인민군의 공격을 받고 전멸했다. 최옹은 당시 부대 막내로 출전 직전 전투에서 포탄 파편에 왼쪽 다리를 다쳐 후송되는 바람에 유일한 생존자로 남았었다.

 59년 전역한 최옹은 생사고락을 함께 하기로 한 전우들과의 약속을 못 지킨 데 대한 죄책감에 83년 양부모가 있는 곳 다랑이 논 4300여㎡를 구입해 성역지를 만들고 위령제를 지내왔다.

이곳에는 60여㎡ 크기의 ‘아담한’ 추모관에는 당시 6중대 중대장이었던 이원계 소령의 영정을 포함, 동료 전우 160명의 위패가 남아 있다.

 최옹은 2월14일 울산백골전우회와 제3보병사단에 의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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