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바꾸는 사회 1] 정보복제 꼭 막아야 하나-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제학적으로 볼 때 지식은 일단 유출되면 타인에 의한 소비를 배제하기 어려우며, 또 남이 소비한다고 해서 지식생산자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지도 않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또 지식은 축적과 합성을 통해 마치 생물처럼 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식은 사유재산화할 수만 있다면 사적 이윤을 보장해 주는 가장 믿음직한 무기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이윤 동기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촉진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도 있다.

평소 발명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같은 지식의 이중적 성격을 감안해 자연상태 그대로는 지식이 사유재산의 범주에 포함된다 할 수 없으며 지적재산권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인정될 수도,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갈파한 바 있다.

현재 지적재산권 제도의 근간이 되는 특허법과 저작권법도 지적재산권의 신성불가침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효용을 감안해 제정된 것이다.

원래 특허 제도는 선진 기술의 이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일정 기간 독점권을 부여한 데서 비롯된 것이고 저작권 제도도 성서 등 고전을 인쇄함에 있어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복제권을 부여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디지털 저작권의 확대를 요구하는 쪽의 주장처럼 지적재산권이 신성불가침하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근거가 부족하다. 또 윤리적으로 볼 때도 표절이 아닌 복사나 복제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경제적으로는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통해 기술혁신을 장려하는 긍정적 효과와 독점에 따른 비효율 및 지식의 흐름을 차단하는 데서 비롯되는 부정적 효과를 비교해봐야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지적재산권 제도가 기술혁신을 장려하는 유일한 동기부여 수단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농업이나 의학 분야에서는 공공연구지원을 통해 수많은 품종과 약품이 개발됐다.

또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도입이 지식의 공유를 통한 과학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복제비용이 무(無) 에 가까운 디지털 분야의 경우에도 지적재산권을 확대하기보다 지식의 공유를 통해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복제비용이 무(無) 에 가까운 상황에서 지적재산권을 인위적으로 보호해 독점가격을 보장하고 지식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은 상당한 규모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또 법집행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복제행위를 차단하자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오히려 공공지원을 통해 우수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장려하고 소비자가 정품을 다운로드할 때 소액의 라이센스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공유저작권(카피레프트) 이념에 따라 소스코드를 개방해 성공을 거둔 리눅스의 사례는 지적재산권의 확대가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님을 입증하는 일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