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려낸 시간 속에 남아 있는 흔적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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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06면

‘TOWER’(2009~2011), 스피커오디오 인터페이스앰프컴퓨터, sound by Oh, Yoon Seok, 320X280X625cm

3년간 모은 고물 스피커가 어느새 500여 개. 그중 186개로 탑을 쌓았다. 네모라는 공통점을 빼면 키가 다르고 모양도 서로 다른 스피커들이 사라지기 직전의 테트리스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다.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스피커 둥지 안으로 들어서면 심장박동, 새의 날갯짓 같은 소리가 8개 채널 곳곳에서 어지러이 흘러나온다. 김승영(48) 작가의 작품 ‘TOWER’는 이제 질문을 던진다.
소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너는 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김승영 개인전-WALK’, 5월 4일~6월 3일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문의 02-736-4371

작가의 16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다채롭다. 시간과 공간을 도려낸 듯한 작품이 여럿이다. 물을 집어넣고 데울 수 있는 붉은 색 철제의자, 장 그르니에의 ‘섬’에 나오는 구름과 하늘을 형상화한 파란 공간, 물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깎고 다듬어낸 대리석 조각,태어나서 지금까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모두 적어놓은 영상 등은 작가의 다변화된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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