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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근해 48년간 1.3도 상승, 물고기에겐 ‘열탕’ 수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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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32면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은 국민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6년 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지구온난화에 신음하는 바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그런 바다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다’ 하면 우선 수평선과 배, 물고기, 거센 파도와 무서운 쓰나미라든가 심해의 알 수 없는 생물들 같은 게 생각난다. 하지만 인류의 해양탐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바다만큼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도 드물다.

2004년부터 분류학에서는 지구 생명체를 생명>계>문>강>목>과>속>종으로 분류한다. 가장 큰 단위인 계(界)는 동물·식물·균류·원생동물·크로미스타·세균 6계로 나눈다. 계 바로 아래가 문(門)이다.
호주 생물학자 앤드루 비티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발견된 동물엔 37개 문이 있다. 그중 바다 동물의 문은 28개, 그 가운데 14개는 육지나 민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거꾸로 육지 동물 문은 11개인데 그중 땅 위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그만큼 바다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는 의미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측은 “적어도 35억 년 전 단세포 미생물과 함께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바다로 이야기를 좁혀 보자. 수산과학원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약 1080종, 일본 근해에서는 약 3000 여 종의 어종이 잡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에서만 잡히던 어종도 일부 국내에서 잡힌다. 대신 전엔 우리 바다에서 많이 잡히던 고기 중 잘 안 잡히는 게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기후변화포럼에서 발표한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68년과 비교하면 2008년 한반도 근해의 수온은 41년간 1.31도나 상승했다. 그래서 초대형 노랑가오리류, 보라문어, 고래상어, 붉은바다거북, 흑새치 같은 아열대성 어종이 연근해에서 종종 발견된다. 겨울철 제주 해역과 남해안에 주로 형성되던 오징어 어장은 1990년대 후반 들어 동해안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술안주로 딱인 쥐포의 원료 쥐치는 1970년대에는 연간 800만t이 잡혔다. 그러나 2007년에는 겨우 7500t이다. 이 쥐치가 예전에는 남해 삼천포에서 잡혔는데 요즘은 동해 함흥에서 잡힌다. 해파리의 천적인 쥐치 같은 어종이 사라지니까 맹독성 해파리가 서해 태안반도와 강원도 동해 앞바다에도 나타난다.

수온 1.3도 상승이 뭐 그리 심각한 문제냐 싶지만 그게 아니다. 수온이 1도 오르면 물고기의 체감온도는 8도가 상승한다. 다르게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공중목욕탕에 가면 온탕과 열탕이 있다. 보통 온탕에는 잘 들어가지만, 열탕은 뜨거워서 아예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온탕과 열탕의 온도 차가 불과 3~4도밖에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수온 1.3도 상승은 11도쯤 상승한 셈이다. 바다 물고기에겐 삶아지는 느낌이어서 달아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체감 평균 기온이 그만큼 상승했다면 모두 시베리아로 이사가려고 난리일 것이다.

바다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산호는 중요한 자료다. 산호를 보면 그 바다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산호는 단세포 동물인데 광합성을 한다. 광합성 물질을 삼켜 몸속에서 광합성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며 공생한다. 산호는 칼슘이 필요하면 칼슘을 섭취하고 탄산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많은 산호가 모인 곳에 산호의 유해와 탄산칼슘이 쌓여 산호초가 된다. 산호초는 1년에 약 3㎜ 정도 자란다. 그래서 보통 산호초가 발견되면 그 나이는 적어도 500년은 넘은 것이다. 산호 면적은 바다의 0.2%에 불과하지만 물고기 4000종을 포함해 모두 100만 종 이상의 해양 생물에게 삶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산호마저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다.

바닷물은 짜다. 그래서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는 몸의 기능이 다르다. 민물고기는 몸속 소금 농도가 민물보다 높아 삼투압 현상 때문에 물이 고기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수분이 많아지면 콩팥이 흡수해 오줌으로 배설한다. 그러다 정 ‘목이 마르면’ 아가미를 통해 외부의 수분을 흡수한다.

바닷물고기는 물고기 몸속보다 바닷물의 소금 농도가 높아서 배추가 소금에 절듯이 몸에 있는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것을 조절하려고 바닷물고기는 바닷물을 입으로 마신 뒤 아가미가 물은 흡수하고 염분은 걸러낸다. 그러나 은어, 연어 같은 물고기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바다에서 살다가 다시 강에 와서 알을 낳는다. 또 뱀장어는 강에서 살다가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간다. 이런 어종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바다엔 그렇게 신기한 ‘기능’들이 그득하다.

요즘도 5년마다 전 세계 학자들은 한 배를 타고 1년간 세계일주를 하며 바다의 어종들을 조사한다. 놀라운 것은 그때마다 약 1000여 종의 새로운 어종이 잡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그리고 우리가 탐구하고 지켜가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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