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정일 베이징 도착 한국에 미리 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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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과 관련,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재개 등을 말했다고 하는데 늘 해오던 말”이라며 “정부는 비핵화 (남북)회담을 제안했기 때문에 북측이 응할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클럽 초청 간담회에서다. 김 장관은 중국과 북한이 공동 개발하는 나선특구에 대해선 “중국이 동해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나진항에 투자할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산업 면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달라졌다”며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에 알려주는 등 우리와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잦은 방북에 대해선 “김 위원장을 만나는 모든 중국 인사들이 개혁하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움직임에 대해 김 장관은 “미국은 우리와 상의한 뒤 식량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하는 비용은 4억~5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북한은 2억~3억 달러를 쓰면 (외부의) 지원 없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규모 식량지원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은 26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한 데 대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도발적 행동을 중지하는 북한의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 토너(Mark Toner)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의에 입각한 노력을 해야 하며, 도발적 행위들도 중지해야 한다”며 “그런 연후에 진전의 결과로서 다른 것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차기 중국대사 내정자인 게리 로크(Gary Locke) 상무장관은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중국이 반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는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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