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G8 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한국 … 강대국 합류 언제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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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상언
파리 특파원

프랑스 북부의 해안도시 도빌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회의에 한국은 없었다. 거리에 나부끼는 10여 종류의 국기에 태극기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국 취재진은 중앙일보 기자 한 명뿐이었다. 한국인 회의 참석자는 유엔 수장 자격으로 참여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일했다. 이는 한국이 G8 회원국인 8개 경제대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G8 회의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2008년 7월 일본에서 열린 G8 회의에 한국은 호주 등과 함께 초청됐다. 아시아 경제·안보가 주요 의제였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회의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손님으로 참석했다.

 이틀간의 회의에서는 아랍 민주화뿐 아니라 원전 안전성 기준이나 인터넷 규제 등 한국의 국익과 밀접히 연관된 부분도 다뤄졌다. 물밑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출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한국 정부가 논의된 내용을 파악하려면 언론 보도를 참고하거나 참여국으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귀동냥’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가 주요 의제라는 이유로 아프리카 지도자 열 명이 초청됐다.

1975년 ‘G6’로 시작할 때부터 원조 멤버에 속한 일본은 대표단 규모가 100명가량이었다. 취재진 규모는 대표단을 웃돌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서만 8명이 왔다. G8에 속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20여 명의 기자가 와 분주하게 취재했다.

 한국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사회 지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최우등생 그룹’ G8과 ‘모범생 모임’ G20의 간격은 여전히 컸다. 한국은 열강에 운명이 좌우됐던 아픔을 갖고 있다.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G20 등 다양한 통로로 우리의 입장을 철저히 관철시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상언 파리 특파원
도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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