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년치 기름값 차에 표기 내년부터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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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자동차 연비 표시 방식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확 바뀐다. 1년치 예상 연료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동급 차종과의 평균연비 비교 등 소비자가 차를 고를 때 꼭 필요한 정보가 자동차에 표시된다.

 미 연방 교통부는 25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 에너지 라벨’ 개선책을 내놓았다. 레이 라후드 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새로 디자인된 에너지 라벨은 자동차 연비를 표시해온 지 35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편”이라며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 소비자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벌이는 고연비 차량 개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에도 새 연비 표시 방식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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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바뀌는 에너지 라벨에는 연료를 얼마나 쓰고, 얼마나 돈이 드는지를 비롯한 9가지 정보가 담긴다. 지금까지는 도심과 고속도로를 달릴 때 얼마나 연료를 사용하는지 연비(미국은 마일당 갤런으로 표시)만 표시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2013년형 모델부터 새 라벨을 차량에 붙여서 소비자에게 내놓아야 한다.

 특히 연간 연료비를 표시하는 것이 새 변화의 핵심이다. 연간 연료비는 미국 운전자의 1년 주행거리가 1만5000마일(약 2만4140㎞)이고, 기름값은 갤런당 3.7달러(L당 1055원)로 잡고 산출한다. 뉴욕타임스 같은 미 언론은 “소비자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정부가 앞장서 도와주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소비자가 이 차를 사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또는 낭비가 될지 꼼꼼히 따져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친환경차 선택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해마다 운전자 설문조사와 통계자료를 분석해 주행 기준 등을 조정하겠다”고 미 교통부는 설명했다.

 연간 연료비와 함께 5년간 연료비 추정치도 표시된다. 해당 자동차를 5년간 굴렸을 때 이 차가 속하는 등급(중형·대형·SUV 등)의 평균 연료비와 비교해 비용 절감 여부를 숫자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연비도 도시와 고속도로에서 측정된 수치와 이를 종합한 전체 평균치까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전체 평균 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비율을 55대45로 잡고 계산한다. 100마일(약 161㎞) 거리를 달릴 때 사용되는 연료량도 기록된다.

 휘발유나 경유를 쓰지 않는 전기차의 경우 1갤런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얼마나 차가 굴러가는지를 측정해 연비로 표시한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는 휘발유와 전기차 모드로 각각 얼마나 차를 움직일 수 있는지도 기록한다. 경유·수소연료·LNG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연비 표시도 마찬가지다. 개별 연료에 따른 주행거리를 보여준다.

 환경보호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온실가스 등급도 도입됐다. 1~10등급으로 나눠 마일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236g이면 가장 좋은 10등급을 받게 된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10등급을 받는다. 일부 환경단체에서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이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QR코드에는 운전자 근처의 주유소 위치와 기름값, 전기차 충전시설 이용료 등의 정보가 담겨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 자동차 업계는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는 “새 표시 방식을 확정하는 데 미 행정부와 업계가 적극 협력했다”며 “자동차 업계의 최신 기술개발 경쟁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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