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학성강당 훈장 스승의 날에 제자들과 팔순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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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고매한 선비의 삶과 가르침을 본받고 싶습니다. 오래 오래 살아계시면서 저희 제자들이 가는 길을 지켜 봐 주십시오."

스승의 날인 15일 김제시 성덕면 '학성강당'에서, 전국 곳곳에서 찾아 온 제자와 후손,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훈장인 화석(和石) 김수연(80.사진) 선생의 팔순 잔치가 열렸다.

잔치는 스승에게 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 헌작 및 재배와 서로 안부를 묻고 학문의 진도를 확인하는 상읍례(相揖禮), 대금.판소리 연주 등 순으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팔순의 노스승은 제자들로부터 절을 받을 때마다 환한 미소와 함께 "공부에 더욱 정진해 뜻을 이루라"는 덕담을 건넸다.

개인 서당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학성강당'을 거쳐 간 사람은 6000여명에 이른다.

제자 총회장인 황금섭(64)씨는 "스승님은 자신의 몸이 힘들더라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새벽같이 일어나 오후 10시가 돼야 잠자리에 드는 엄격한 생활을 유지하고 계신데 앞으로도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29세 때 훈장을 시작해 정읍.김제 등을 옮겨 다니며 한학을 가르쳐 온 화석은 2001년 사재를 털어 성덕면에 부지 2796㎡, 연건축면적 280㎡의 학성강당을 지었다.

그는 평소 "선비는 놀고 먹어서는 안된다"는 실천적 학풍을 중시해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스스로 논.밭을 갈고 농사를 지었다. 또 "학문은 자신 속에 있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지 없는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가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제자들에게 학비를 받지 않고 있다.

요즘도 교사.교수.한의사.사법연수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학성강당을 찾고 있으며, 이들은 수업료 없이 쌀.반찬을 가져와 스스로 밥을 지어 먹는다.

화석은 "참다운 학문은 단순히 글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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