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관용차 수명, 7년·12만㎞도 짧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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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보
사회부문 기자

35년. 강산이 세 번 바뀌었고 이제 네 번째 바뀔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정부의 공용차량 교체 연한이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난 데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차를 2년 더 타기로 결정하는 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관용차 내구연한을 2년 더 늘린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연장된 ‘7년’도 만족스럽지 않다.

 본지는 처음엔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용차 운용 실태를 따져봤다. 대부분 ‘5년이 지나면 차를 바꿀 수 있다’는 자체규정이 있었다. 그저 ‘~할 수 있다’라는 조건부였지만, 수도권 단체장들의 80% 이상은 5년이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차를 바꿨다. 그 돈은 모두 국민 세금이다. ‘폼’ 재려고 세금을 펑펑 썼다는 얘기다. 이런 황당한 규정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기원을 따져보았다. 자치단체의 눈은 정부를 향해 있었다.

 1976년이었다.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관용차량 관리규정’(현재는 ‘공용차량 관리규정’)에 ‘차량의 신규등록일로부터 5년간’이라는 내구연한이 처음 들어갔다. 당시 5년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었다. 그해에 최초 국산 고유모델 차량인 포니가 양산됐다. 첫 국산차인 만큼 성능이 좋지는 않았다. 5년이 지나면 수리비가 더 들기 때문에 차를 바꾸는 게 그때는 경제적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이란 게 더 이상 운동으로서 의미를 잃을 만큼 국산차의 성능이 향상된 지금에도 이 규정은 살아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국 차의 성능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내 돈 아니니 툭하면 차를 바꿔 흥청망청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그러다 본지 지적이 있고서야 “우리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말과 함께 35년의 벽을 깬 것이다. 보도가 없었다면 국민의 귀중한 세금은 계속 술술 샜을 것이다.

 하지만 관용차 수명을 7년으로 연장한 것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집에서 타는 내 차, 7년 지나면 바꾸는가. ‘장관님’ 차는 운전기사가 때마다 청소하고 기름칠하고 정비받는다. ‘보통사람’들이 타는 차도 10년을 거뜬하게 버티는데 이런 걸 7년 만에 12만㎞ 탔다고 세금으로 바꾼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하루에도 수백㎞를 달리는 개인택시도 간수만 잘하면 9년간 탈 수 있다는 법령이 있다. 2년 더 타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내구 연한을 더 늘려야 한다. 국민 세금은 장관이나 지자체장들의 차를 자주 바꾸는 데 쓰라는 돈이 아니다.

양원보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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