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추락 막으려면 학교에 자율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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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회장은 26일 “40년 가까이 평준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누적된 문제점들이 표면화되고 있다”며 “획일적인 평등주의 교육의 부작용으로 공교육이 하향평준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향평준화를 위해서는 학교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과 학교운영 자율권을 줘야 한다”며 “더 이상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정책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짓눌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본지 ‘일반고 갈수록 추락’ 시리즈(5월16~18일자)와 관련, “중앙일보의 문제 제기처럼 일반고의 손발을 묶고 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은 제도적 역차별”이라며 “대다수 학생이 다니는 일반고가 공교육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은 전국 40만 명의 교원 중 18만 명을 회원으로 둔 국내 최대 교원단체로 안 회장의 발언은 교육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교총은 본지 지적에 공감해 지난 17일 개별 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골자로 한 일반고 위기 극복 방안을 교과부에 제출했다.

 - 일반고가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계를 빼면 전체 고교의 90% 이상이 일반고다. 일반고의 위기는 공교육 전체의 위기이고 40년 가까이 지속된 평준화 정책의 위기이기도 하다.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절대 다수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고가 정책적으로 소외돼 역차별을 받는 평준화의 모순에 빠졌다.”

 - 어떤 모순들인가.

 “모든 정책은 성공과 실패의 양면을 갖는다. 평준화가 실패한 부분은 공교육이 하향평준화 됐다는 거다. 정부는 경쟁만 내세우고 좌파는 평등만 내세우는데 양자가 함께 가야 한다. 우수 학생을 위한 수월성 교육도 있어야 하고 부진한 학생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상향평준화가 해법이다.”

 - 일반고가 받고 있는 역차별이란.

 “교과부는 자율고와 마이스터고를, 친전교조 교육감은 혁신학교만 내세우다보니 일반고가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처럼 혁신학교에만 수억원씩 집중 투자하는 방식은 좌파가 외치는 평등 논리에도 위배된다. 자신의 정책 방향과 맞는 곳에만 돈을 몰아줄 게 아니라 모든 학교에 균등한 예산을 부여하고 각 학교가 공정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일반고는 우수 학생 유치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입시 결과가 좋은 특목고로, 중상위권 아이들은 전원 장학금을 주는 특성화고로 많이 빠져 일반고로서는 우수 학생을 유인할 요소가 없어졌다. 교실에 우수 학생 한두 명이라도 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따라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지금은 롤모델 할 학생이 없어 잠자는 교실이 돼 버렸다. 일반고에도 우수 학생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교과부와 교육청이 학교에 ‘감놔라 배놔라’ 해선 안 된다. 학교 현장에선 교과부와 교육감 눈치 보느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편성 등 자율권을 단위학교에 줘야 한다. 특히 일반고의 교육과정 편성권은 20%밖에 안 돼 50%인 자율고에 비하면 손발을 묶고 뛰라는 것과 같다. 학교 스스로 특화된 분야를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학교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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