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1K 따내고도 고개 떨군 류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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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SK와의 경기에서 7회 초 4실점을 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는 한화 류현진. [대전=연합뉴스]

전광판 옆에 ‘열한 개의 K(삼진을 의미하는 알파벳)’가 자리했다. 하지만 7회 말이 끝나고 류현진(24·한화)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K’도 자취를 감췄다. 26일 대전 SK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올 시즌 개인 최다인 11개의 탈삼진을 잡고도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경기 초반, 류현진은 특유의 묵직한 직구와 날카로운 서클체인지업으로 SK 타선을 제압했다. 그는 0-0으로 맞선 2회 초 무사 1루에서 SK 최정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한숨을 크게 내쉰 류현진은 전력투구를 했다. 후속타자 박정권을 7구째 서클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고, 2사 후 박진만을 직구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주자를 내보낼 때마다 류현진은 특유의 닥터K 본능을 되살렸다. 3회 1사 2루에서 임훈·정상호를 연속 삼진으로 낚았고, 5회 무사 1루에서는 박진만·최윤석·김강민을 세 타자 연속 삼진 처리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 사이 한화 타선이 6점을 뽑아냈다. 류현진의 5승 달성 가능성은 점점 커졌다.

 하지만 ‘마의 7회’를 넘지 못했다. 한화가 6-2로 앞선 7회 초 SK 최정에게 빗맞은 2루타, 후속 타자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를 자초하더니 안치용에게 1타점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김강민에게 2타점 우전안타를 내줘 6-5까지 추격당했다. 한화 내야진마저 류현진을 흔들었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1루 주자 김강민이 2루로 뛰다 런다운에 걸렸다. 하지만 한화 유격수 이대수가 느슨하게 1루수 정원석에게 송구하는 사이, 김강민은 1루에 안착했다. 대타 박경완은 삼진 아웃. 주자 김강민을 잡아냈다면 6-5로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SK에는 한화가 헌납한 아웃카운트 1개의 여유가 있었다. 정상호가 중전안타로 1점을 더 뽑아내며 6-6 동점. 이날 7이닝 8피안타·6실점으로 승수 쌓기에 실패한 류현진은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한화는 ‘불펜의 류현진’ 박정진마저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줘 6-8로 패했다.

 목동에서는 KIA가 넥센을 5-1로 꺾고 4연승을 내달렸다. KIA 선발 서재응은 6이닝 3피안타·무실점으로 시즌 첫승(5패2세이브)을 기록했다. 잠실에서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LG가 정성훈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2-1 승리를 거뒀다.

대전=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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