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한류 콘텐트 수출 기업에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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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왕조를 만든 사람 ▶쓰러져 가는 나라를 구한 사람 ▶영토를 크게 넓히거나 후세를 위해 발명품을 만든 사람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런 분의 일대기로 드라마를 만들면 시청률도 높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을 가장 주목했던 때는 한국전쟁이 아닐까 한다. 16개의 나라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5개의 나라가 의료 지원국으로 한국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음주가무’라고 표현되는 풍습이 있다. 어딜 가든 한 곡조 뽑아야 하고, 분위기가 살면 춤을 춘다.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나 마을 사람과 일가친척은 한데 모여 술과 음식을 곁에 두고 가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슬픔을 달래기 위해 한풀이 춤을 추든, 신명 나는 풍악을 울리든 이것은 한민족의 자생적인 풍류문화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수천 년간 이어진 우리의 문화가 이제 ‘한류’라는 바람을 타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한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나라, 낮은 나라 할 것 없이 이제는 유럽에서도 한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 만들어 내는 물건(제품)까지 혜택을 보고 있다.

 요즘에는 아이돌스타뿐만 아니라 노래 잘하는 기성 가수까지 인기다. 중국에서도 ‘나는 가수다’를 한국에서 방송되는 시간에 맞춰 실황으로 보고 즐긴다. 요즘 노래, 흘러간 노래 할 것 없이 한국이 ‘놀기’만 하면 히트하는 세상이다. 이 같은 우리의 놀이 문화는 중국의 것도, 일본의 것도, 미국의 것도 모방하지 않은 우리 몸속에 원래부터 내재한 콘텐트가 아닐까 한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의 역사가 선진국 기술의 모방에서 시작되었다면 우리의 놀이문화는 우리만의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제야 우리가 잘하는 것 즉, ‘잘 노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약 900년 전 고려시대에 규소(실리콘·Si)를 이용해 만들어진 세계 최고의 명품 고려청자, 규소로 만드는 반도체에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한류 콘텐트’를 만들어 세계시장을 누비는 기업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여기에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데 노력하는 기업이 있다면 장기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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