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하반기에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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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LG전자는 냉장고나 세탁기·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에 무선통신 모듈을 탑재한 유비쿼터스 가전제품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디서나 조작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2015년 353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인 홈 네트워크 시스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개발한 제품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제품이 안전한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인증받아야 하는데 현재 무선 송수신용 모듈이 장착된 가전제품에 대한 전자파 적합인증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만도 역시 비슷한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무체인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개발했다. 하지만 시판을 앞두고 인증기관에서 이 제품을 자전거로 분류하는 게 곤란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규정에는 자전거는 페달과 같은 수단으로 탑승한 사람의 힘에 의해 구동되는 차량으로 정의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도의 제품은 자전거가 아닌 원동기로 분류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에 판매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LG나 만도의 제품은 두 가지 이상 기술이나 제품을 융합해 만든 제품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융합산업, 융합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융합제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여러 차례 내놓았고, 이를 위해 ‘산업융합촉진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아직 다른 법률들이 정비되지 않아 애써 개발한 제품이 사장될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지식경제부는 인증기준이 없어 판매를 못 하고 있는 융합 신제품에 대해 기준을 만들기 전까지 임시로 인증을 내주는 ‘적합성 인증제’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지경부 김준동 신산업정책관은 “3월 통과된 융합촉진법에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법 시행일인 10월 이전에도 ‘모의인증’ 절차를 통해 애로를 해소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의 유비쿼터스 가전제품이나 만도의 무체인 자전거는 하반기에는 시장에 선을 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지경부는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62개 사례를 수집한 상태다. 이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적합성 모의인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경부는 또 다음 달까지 융합사업화지원반을 구성하고 10월까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맨도 운영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산업융합특성화대학원 3곳을 지정·운영해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 관련 포럼을 7월에 개최해 이종 산업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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