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풍 신풍속도] 현금보다 스톡옵션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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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H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 鄭모(38) 씨는 한달전 아주 특이한 사건을 수임했다.

인터넷 업체인 T사가 7억원대의 채무관계 소송건을 부탁하면서 "수임료중 50%를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 으로 주겠다" 고 제안한 것이다.

鄭변호사는 증권업계 사람들을 통해 T사의 성장 가능성 등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내년 상반기중 코스닥 등록이 유력하며, 투자가치도 충분하다" 는 자문을 받은 그는 최근 이 회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일반 기업체의 임직원에게 성과급의 일종으로 제공되던 스톡옵션이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수임료.원고료.임대료 등이 현금 대신 스톡옵션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S회계법인의 벤처담당팀은 현재 여섯곳의 벤처기업 자금모집.경영진단 등을 대행해주면서 상담료를 주식으로 받고 있다.

이 회계법인은 두달 전에도 한 위성방송수신기 제작업체의 코스닥 등록을 도와주고 액면가 1천원짜리 주식 1만주를 받았다.

법인 관계자는 "액면으로만 보면 1천만원이지만 두달 새 주가가 15배나 뛰어 오히려 이득이 됐다" 고 흡족해 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일대 벤처기업의 임대료도 스톡옵션으로 지급되고 있다. 강남구 S빌딩에 입주해 있는 8개 업체는 지난달 임대 재계약을 하면서 오른 임대료 만큼을 스톡옵션으로 대체했다.

빌딩주 韓모(47) 씨는 "현금 부족을 호소한 임대업체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 이라며 "주주가 됐다고 생각하니 입주 업체들에 더욱 애착이 간다" 고 말했다.

오는 12일부터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록오페라 ''아보스'' 에는 직접 주식을 나눠주는 건 아니지만 스톡옵션 방식이 등장했다.

이 뮤지컬 40여명의 배우와 제작진은 모두 6천5백여만원에 이르는 출연료 등을 받지 않고 제작비에 투자키로 한 것이다. 대신 수익이 날 경우 각자 일정 지분을 받게 된다.

제작자인 국민대 이혜경(李惠景.45.연극영화과) 교수는 "자금난으로 공연이 취소됐던 뮤지컬이 결국 스톡옵션 방식 덕분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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