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 리허설 ② 이승철 콘서트 ‘언플러그드 라이브’ 준비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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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이승철 언플러그드 라이브 콘서트’의 리허설이 펼쳐지고 있다. ‘이승철 콘서트’는 20년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이면서 대표적인 브랜드 콘서트로 자리잡았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사람들 사이에 음악이 있다. 가수 이승철(45)의 공연은 사람이 빚어놓은 작품이다. 얼핏 화려한 무대가 도드라져 보이지만, 그 밑바탕은 사람의 힘이다.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이승철 콘서트’란 말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년간 1000회 이상 펼쳐지면서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이런 압도적인 흥행을 어떻게 해명할까. 누군가는 그의 타고난 노래 실력 덕분이라고 했고, 어떤 이는 관객을 압도하는 특유의 무대 연출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승철은 “결국은 사람이다. 이승철의 공연은 맨 파워가 이끈다”고 했다. 해마다 평균 20만 명이 다녀가고, 1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다는 이승철 콘서트. 그 속살이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 ‘맨파워’가 무엇이기에?

이승철

 20일 오후 대전 무역전시관을 찾았다. 그의 대전 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리허설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그가 리허설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건 데뷔 26년 만에 처음이다. 그날 대전엔 비가 퍼부었다. 궂은 날씨에도 그는 평온해 보였다.

 -비 내리는데 걱정은 안 되세요. 실내 공연이라 해도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을 텐데.

 “제가 희한하게 날씨 복은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딱 한 번 비가 내렸거든요. 그것도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부르는데 살짝 내렸죠. 오히려 분위기가 더 살았다니까요. 이번에도 날씨 걱정은 안 해요. 비 올 때를 대비해서 관객들이 이동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도 다 취해놨고요.”

 사실 조마조마해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보통 1년에 두 차례 전국 투어 콘서트를 펼치는데, 6개월 전에 이미 기획·준비에 들어간다. 핵심 의제는 ‘지금 대중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 그렇게 타이틀이 정해진다. 올해 타이틀은 ‘이승철 언플러그드 라이브’다.

 -‘언플러그드 라이브’란 타이틀을 붙인 이유가 있나요.

 “요즘 대중들은 더 자연스럽고 고급스런 사운드를 찾고 있어요. 전자음을 최대한 배제한 자연스런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타이틀이 정해지면 전속 밴드인 ‘이승철 밴드’와 편곡 작업에 들어간다. 특히 이승철은 무대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실제 무대와 똑같은 미니어처를 제작해 평가 회의를 한다. 그는 “라이브 무대에서 보여지지 않는 음악은 생명력이 없다”고 했다.

 각 파트별로 그가 일일이 ‘OK’ 사인을 내린 다음에야 리허설이 이뤄진다. “파트 별로 완성된 작품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게 리허설”이라고 했다. 실제 그의 리허설 현장은 100여 명의 연주자·무용수·스태프가 마치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무대 위 연주자·무용수·코러스 등의 자리 배치부터 꼼꼼히 했다.

 “안무팀이 아래로 내려 오니까 무대가 좀 작아 보인다.”(이승철)

 “네, 형 다시 조정할게요.”(안무팀)

 그는 마치 동생 대하듯 스태프들을 다독였고, 스태프들은 그를 “형” “오빠”라고 부르며 따랐다. 사람이 사람을 의지하고, 더불어 일하는 모습. 그는 해마다 전체 스태프가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열고, 스태프와 버스를 함께 타고 이동하며 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다. 100명이 넘는 스태프 가운데 가장 경력이 짧은 이가 8년차라고 한다.

 안무팀과 코러스 배치가 끝나자 ‘마지막 콘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승철을 비롯해 무대 위 스태프 전원이 인이어(In Ear·연출 신호 등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를 착용했다. 이승철은 매 공연마다 곡이 바뀔 때 들어가는 신호를 미리 녹음해둔다. 그래서 흔히 들리는 드럼 인트로가 없다. 덕분에 관객들은 끊김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사전에 녹음된 신호에 따라 스태프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만 시즌 별로 7000~80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사람들이 스타 이승철을 보러 올까요? 아님, 이승철의 ‘공연’을 보러 올까요?

 “음…. 이승철의 공연이요. 노래와 음악은 기본이죠. 제 공연에선 노래를 넘어서는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걸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공연은 그 자체로 완결된 작품이니까요.”

 그는 27~2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언플러그드 라이브’를 이어간다. 그곳에서도 그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일 것이다. 이승철의 공연엔 사람과 음악이 있다. 1544-4997.

대전=정강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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