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클래식 강국 핀란드가 뜬다] 상. 자연과 신비주의 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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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백만명에 불과한 '호수와 스키의 나라' 핀란드가 신흥 음악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연되는 핀란드 오페라만 14편. 핀란드 국립 오페라단의 관객은 연간 25만명, 오케스트라 청중은 연간 1백50만명이다.

국민의 30%가 적어도 한번 교향악 연주회에 가본다는 얘기다. 스웨덴.노르웨이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3국의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의 70%가 핀란드 출신이다. 매년 60개의 음악 페스티벌에 1백50만명의 청중이 모여든다. 핀란드의 저력을 2회에 걸쳐 싣는다.

아이노유하니 로우타바라(72) . 세계 음악계에서 '핀란드 열풍' 을 주도하고 있는 작곡가다. 올해 미국 3대 오케스트라가 그의 작품을 연주한다.

3월11~14일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의 시카고심포니, 12월4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린 협주곡' 을 각각 연주하고 4월27일엔 볼프강 자발리쉬 지휘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그에게 위촉한 '교향곡 제8번' 을 초연한다.

그는 지난해 3월 미네소타의 '로우타바라 페스티벌' 에서 상연된 '알렉시스 키비' (96년) 을 포함, 7편에 이르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교향곡 제7번 '빛의 천사' (94년) 는 96년 칸 클래식 음반상 현대음악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래미상.그라모폰 음반상 후보에도 올랐다.

로우타바라는 핀란드 음악의 산실 헬싱키 시벨리우스 음악원 교수와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총감독.핀란드 예술지원심의회 회원을 역임한 인물. 1955년 '핀란드 음악의 아버지' 시벨리우스의 90회 생일을 축하해 미국 쿠세비츠키 음악재단에서 시벨리우스에게 핀란드의 젊은 작곡가 한 명을 선택해 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을 때 선발됐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60년대말 모더니즘의 굴레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직관과 낭만주의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음악의 저변에 흐르는 것은 '자연과 우주적 신비의 결합' 이다. 90년대 이후 세계 음악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주음악' 은 21세기 음악의 새로운 화두다. 로우타바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42) 는 로우타바라의 제자. 안식년을 맞은 그는 내년 액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초연할 오페라와 도쿄(東京) 산토리홀에서 초연할 관현악곡을 작곡 중이다.

현대음악을 제대로 연주할만한 지휘자가 없어 직접 지휘봉까지 잡았다. 대표작은 '관현악을 위한 LA변주곡' (79년) 과 '색소폰 협주곡' (80년) .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여성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48) 도 주목을 끄는 작곡가. 전자.컴퓨터 음악으로 다채로운 음색을 구사한다.

그는 지난해 11월11일 뉴욕필하모닉(지휘 쿠르트 마주어) 이 밀레니엄 작품으로 위촉.초연한 혼성합창과 관현악을 위한 '올트라 마르 : 새천년을 위한 7개의 전주곡' 을 작곡했다.

소프라노와 전자악기를 위한 '론' (96년) 으로 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 출신 작곡가 중 수상자를 결정하는 '2000 노르딕 음악상' 을 수상했다.

핀란드 출신으로 일곱번째 수상기록이다. 그의 신작 오페라 '먼곳으로부터의 사랑' 이 오는 8월15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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