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문지역-한국 북한매체 "전기가 끊겼다" 미국 북한매체 "갑자기 전기공급"…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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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철도역. 철로 위에 열차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선이 설치돼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특별 열차로 평양에서 함경도로 이동, 20일 새벽 국경을 넘었다. 그런데 그 징후를 놓고 국내 북한전문매체와 미국 북한전문매체의 주장과 해석이 엇갈린다.

국내 북한매체는 김정일이 중국에 가기 전에 현지지도까지 한 함경도 일대에 방중 수일 전부터 전기공급이 끊겼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북한매체는 갑자기 전기 공급이 정상화되는 등 이상징후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의 방중 소식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하면서도 “며칠 전부터 먹통이었던 전기가 공급되고 대대적인 철도보수공사가 이루어지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함경북도 온성군 일대엔 강력한 전파 장애를 놓기도 했는 것이다.

주민들의 여행증명서 발급이 제한되고 길주군과 명천군, 화대군 등은 아예 "여행증명서 발급이 불가하다"는 내용까지 공시돼 김정일이 중국에 가기 전 미사일 공장과 발사장이 있는 길주군과 명천군 일대를 방문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 한 대북방송은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의 말을 통해 "함경북도 지역은 24시간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은 TV도 못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방중 소식을 모르는 주민들은 어리둥절해 한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김정일 방중을 TV에서 보도된다고 해도 주민들은 전기가 없기 때문에 알 수도 없다"며 "설령 전기가 공급된다 해도 북한 언론의 특성상 돌아온 후에야 보도하기 때문에 추후에나 알게 된다"고 전했다.

김정일이 움직이는 일명 ‘1호행사’가 치러지는 지역에 전기가 끊겼다는 것인데, 김정일은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주장이다.

두 매체 모두 북한에 사는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런 보도를 했다. 그런데 보도 내용이 판이하게 엇갈린다.
다만, 한국이나 미국의 북한매체 모두 김정일 방중 전에 함경도 일대에 대대적인 철도보수공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같은 보도를 했다. 그런데 북한의 열차는 전기로 움직인다. 김정일 특별열차도 예외는 아니다. 철도보수를 하려면 전기가 공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일 방중 전 함경도 지역에 대한 전기공급을 둘러싼 진실은 북한의 특성상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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