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네타냐후 ‘합의 할 수 없다고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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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비공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두 정상은 사진을 찍는 15분 내내 어색하게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굳은 표정을 지어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드러냈다. [워싱턴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팽팽하게 대치했다. 정상회담 직전 사진 촬영 때는 서로의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 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만나 중동 평화협상 재개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 문제를 놓고 대결했다. 오바마가 “이스라엘은 영구 점령을 통해 진정한 평화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며 “1967년 이전의 국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이 67년 6월 일으킨 ‘6일 전쟁’을 통해 점령한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에 돌려주라는 의미다.

네탸나후는 “평화협상에서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만 국경을 되돌리라는 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오바마의 중동평화 구상이 “환상에 근거한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오바마와 네타냐후는 ‘합의 할 수 없다고 합의(agree to disagree)’한 셈이다. 오바마는 이·팔 평화 없이 중동 평화는 없다는 입장인 반면,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희생을 전제로 한 중동평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초부터 삐걱거렸다. 오바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2개의 국가 원칙을 고수했고, 네타냐후는 이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회담 전 두 정상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양국 관계가 최악이라는 언론의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회담 다음날인 21일 네탸나후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일부 견해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도 “친구 간에도 이견은 있지만 우리 공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스라엘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발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국경 문제에서 좁힐 수 없는 견해 차를 확인했지만 양국 간의 우호 관계를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입장 선회는 오는 9월로 예정된 팔레스타인에 대한 유엔의 독립국가 승인 투표를 앞두고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승인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럽 국가들을 설득해 반대표를 던지게 해 줄 것을 희망해왔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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