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코 후비는 중국인을 너그러이 볼 수 있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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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 몸 문화 탐사기
최아룡 지음, 신인문사
400쪽, 1만6000원

선거철이 되면 한국의 정치인들은 종종 희끗희끗한 머리를 검게 염색한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2002년 전직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머리를 염색했다는 추측성 기사에 분개하며 소송까지 벌였다. 유럽에선 정치인의 머리 염색을 정직성·도덕성과 결부시켜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독일의 한 야당 의원은 “머리 색깔을 조작하는 사람은 통계도 조작할 수 있다”고 핏대를 올리기도 했다.

 팔과 다리, 피부 색깔부터 헤어스타일까지 몸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듯해도 그렇지 않다. 사람이 진공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해석학적 코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냄새. 누구에게나 체취가 있지만 주류 집단은 이방인을 ‘냄새 난다’고 배척한다. 자신의 집단이 무취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먹는 음식, 하는 일, 신체적 특성 등과 결부된 냄새를 핑계 삼아 인종·계층적인 차별을 정당화하는 셈이다.

 이 책은 콧물·가래부터 하이힐까지 몸과 연루된 다양한 테마를 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한다. 횡(橫)으로 지역을 비교하고, 종(縱)으로 각 문화권의 역사를 훑는다. 저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는 결국 문화의 서로 다름이며, 차이가 차별이 되는 경계 지점이다.

 독일인 남편과 다양한 해외 방문 경험에서 우러난 구체적인 사례 덕에 술술 읽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군중 속에서 스스럼 없이 코 후비는 중국인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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