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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주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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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

지난주 동북아경제포럼이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추진과 관련된 회의에 참가했다. 회의에는 한·중·일의 금융·통상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동북아개발은행 구상이란 북한과 중국 동북부, 극동 러시아, 몽골 지역의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개발금융기관을 따로 세워 자금을 지원하자는 구상이다. 즉, 동북아 ‘북부’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동북아 ‘남부’의 자본·기술·개발경험과 연계시킬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위해선 국제적 금융조달이 필수적이다. 기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는 충분하지 못해 동북아 지역개발에 특화된 국제금융기관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 구상은 1991년 9월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최된 동북아경제포럼 제2차 회의에서 제창해 한·중·일 3국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한때 우리 정부에서도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했던 사안이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2000년 7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임시국회 대표연설에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해 10월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동으로 정부에 동북아개발은행 창설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2006년 9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주창한 나라지만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금까지 큰 진전이 없다. 일본이 주도적으로 창설한 ADB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것 등이 이유다. 유럽 사례를 보면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은 당연하다. 유럽의 경우 50년대 유럽의 부흥개발을 위해 설립된 유럽투자은행(EIB) 외에 동유럽 개발을 위해 90년 1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설립을 제창했다. 이후 1년 만에 EBRD가 설립됐고, 이와는 별도로 99년 흑해개발은행(BSTDB)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지난주 회의에선 일본이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 계속 소극적일 경우 언젠가 설립될 동북아개발은행에서 일본의 지분이나 발언권은 감소하고 중국의 발언권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 거론됐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우려가 있다. 시간은 중국 편이지 우리나라나 일본 편이 아니라는 점을 느낀 회의였다. 중국은 톈진을 중심으로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상하이에서는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 모델을 벤치마킹해 중앙아시아개발은행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