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광장

왜 편지를 쓰느냐고 묻거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신달자
작가

지금도 편지를 쓰시는지요? 부모님에게,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아니면 세월이 지나 흐릿한 기억 속의 스승님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지금도 편지를 쓰시는지요? 이렇게 말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써 보았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 무슨 편지냐고 되묻지는 않으신지요. 아니 "요즘도 편지를 쓰나요?” 하고 오히려 질문을 하시지는 않는지요.

 간단하게 문자를 보내도 다 통하는데 왜 수고를 자초하느냐고 물으시겠습니까. 저는 편지 쓰기를 오래된 골동품으로 생각하는 그런 분들도 마음으로는 단 한번이라도 누구에겐가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잘못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상처를 주었던 지난 일들, 마음속에서 세월과 함께 자라는 그리움들, 돌아가신 부모님께 가슴 무너질 정도로 못다 한 사랑, 살다 보니 멀어진 사람들, 꼭 한번은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편지는 문자와도 다릅니다. 바로 마음이며 사랑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한 자 한 자 마음을 적는 것 자체가 그 사람 앞으로 걸어가는 사랑이니까요. 요즘같이 제대로 대화를 익히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 말을 학습하고 아름다운 말을 찾고 마음을 전달하려는 의지와 화해·사랑을 표현하려는 인간적 모습을 찾는 소중한 인간 사랑의 일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내성적이고 본심을 말하는 것을 쑥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가족 간에도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꿀꺽 삼키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는 것은 상처를 키우고 관계를 멀어지게 합니다. 편지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자세이며 관계를 복원하고, 따듯한 사이로 발전시키고, 서로 마음을 모으며 사랑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화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보다 더 큰 정서운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간교육은 마음부터 열어야 하며 서로 신뢰를 가질 때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요. 편지 쓰기는 감동을 주고, 관계를 화목하게 하고, 사람을 변하게 하며, 의지를 키우게 하고,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하면 어려운 일도 견디며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에게 최선의 가치를 키우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편지 쓰기는 큰 희망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름다운 마음 교환은 결코 돌아서지 않는 바위 같은 마음도 돌아서게 하는 이해와 사랑을 배우게 했습니다. 서로 외면했던 마음을 열고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주저하며 손을 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정사업본부의 전국편지쓰기에 참여해 보세요. 마음의 평화와 기쁨이 큰 행복을 들고 찾아올 것입니다.

신달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