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장 대중과 과학이야기 할 수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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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장은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가속기 연구 권위자 김영기(사진)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이하 페르미랩) 부소장은 과학계 리더의 첫 덕목으로 ‘소통’을 꼽았다. 최근 입지가 결정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핵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을 ‘어떤 사람이 이끌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서다. 기초기술연구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김 부소장은 19일 미 국립연구소 운영 시스템에 대한 강연에 앞서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페르미랩에서 과학자들을 이끌고 있다. 한국 과학계에 필요한 리더는.

 “비전이 있고 과학·기술을 알아야 한다. 사람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과학자·엔지니어·정치권·대중과 (두루) 같이 얘기하고, 잘 상대해야 한다. 물론 한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자신이) 부족한 걸 아는 사람이면 된다.”

- 외국 석학을 초빙하는 게 나은가.

 “외국에 있어도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와는 다르다. 현 단계에선 대중·정치인 등을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예산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국민과) 대화할 수 있고, 알려줄 수 있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택해야 한다.”

 - 본인에게 제의가 들어온다면.

 “처음에는 너무 좋아서 뛸 테고…그 다음에는 고민해 볼 거다.”

 (※김 부소장은 관련 질문을 세 차례나 받았다. 두 번은 “자질이 안 된다” “자격이 없다”고 했고, 세 번째에야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 (과학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가 외국 것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윤 따지는 기업과 달리 과학계에선 경쟁자끼리도 지식을 공유한다. 페르미랩의 경우 개념설계를 끝낸 새 가속기 ‘프로젝트 X’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속기를 이용해 안전도를 높인 새 원자로를 만들 목적으로 ‘프로젝트 X’ 기술을 배우겠다고 해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배우겠다고 하면 다 가르쳐준다.”

 - 공개된 정보지만 출처를 안 밝힌 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선.

 “커뮤니티(세계 과학계)에서 (어디 기술인지) 다 알기 때문에 통상 구태여 (출처를) 달지 않는다. (가속기를) 다 만들어 과학적 성과가 나오면 논문을 쓰는 거지, 새로운 과학적 이론이 들어가 있지 않는 한 개념설계 자체로 논문을 쓰진 않는다. 표절 대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김영기 부소장=고려대(80학번) 학·석사, 미 로체스터대 박사. 세계적인 입자물리 연구소 페르미랩에서 충돌실험그룹(CDF) 연구팀장(2004~2006년)을 거쳐 2006년부터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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