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현대사 비관적 시각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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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학준 교수(左), 이명희 교수(右)

우파·중도 성향의 한국 현대사 연구자 모임인 ‘한국현대사학회’(회장 권희영)가 20일 오후 1시30분 서울교대에서 창립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주제는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

 김학준 KAIST 김보정석좌교수가 ‘한국현대사학의 과제’라는 기조발표를 한다. 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사관(史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무엇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 앞에서 한국현대사에 대한 비관적·부정적 시각을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973년 전임강사 시절 ‘한국현대정치론’을 강의하려다 은사들로부터 “지금은 ‘현대’를 말할 때가 아니다, 오해 받고 다치기 쉽다”는 권고를 듣고 ‘현대’라는 말을 뺐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제 환경이 달라졌다”며 ▶옛 소련과 중국의 1차 자료 개방·발굴 ▶남한의 ‘흥륭(興隆)’과 북한의 ‘쇠락(衰落)’ ▶국내외 연구 축적 등을 예로 들었다. 변화한 환경에서 한국 현대사를 새롭 게 조명할 수 있다고 했다.

 ◆교과서 분석=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한국현대사와 교과서의 문제’를 발표한다.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 가운데 2종을 분석했다. 천재교육이 발행한 교과서를 집중 해부했다.

 이 교수는 남한과 북한의 한 사진자료 설명을 비교하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관련, 굳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거행됐다고 밝히며 좌익세력과 남북협상세력은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반면 북한 정부수립은 제목도 경축집회라 하여 모든 사람이 축하하는 듯이 서술하고 부정적 설명은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사진 설명만 보면) 북한의 교과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란 비판까지 했다.

 6·25전쟁에 대해서도 “북한의 남침은 인정하지만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에 대해선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 는다”며 “북한군이 먼저 전면 공격을 개시했는데 어떻게 가장 먼저 희생당한 민간인이 국군에 의한 보도연맹원과 형무소 죄수들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건국사관 vs 분단사관=김용직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현대사 연구와 사관의 문제’를 발표한다. 근대화사관·분단사관·건국사관을 비교했다. 김 교수는 6·25전쟁을 예로 들며 “근대화사관은 한국 근대화에 전쟁이 미친 영향, 즉 파괴와 살상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평등화하고 산업화하는 계기가 되었음에 주목한다”고 했다. 이에 비해 분단사관은 “전쟁의 기원에 관심을 두는데, 북한의 전쟁 책임에 침묵하고, 통일을 지상 목표로 삼는 오류를 범한다”고 말했다. 건국사관은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1948년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근대국가가 세워지는 과정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발표문 ‘한국현대사 인식의 새로운 진보를 위한 성찰’에서 특정 목적을 내세우는 역사서술을 경계했다. “‘통일을 위한 역사’가 오히려 ‘통일을 위하지 않는 역사’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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