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경매’ 사이트 왜 낙찰 안 되나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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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회사원 이모(24)씨는 올해 초 인터넷에서 ‘10원 경매’ 사이트에 가입했다. 10원 단위로 경매에 참여하고, 물건을 싼값에 낙찰받을 수 있다는 말에 끌렸다. 한 번에 25만원을 결제한 이씨는 10원짜리 칩 500개를 받고 놀랐다. 사이트에서 말하는 ‘10원’은 사실 ‘500원’이었던 것이다. 이씨는 이 칩으로 전자제품, 라면 등을 사기 위해 경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제품마다 경쟁이 붙어 칩을 다 쓰도록 제품 하나 낙찰받지 못했다. 이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다.

 인터넷상에는 이미 100개 이상의 이런 사이트가 난립하고 있었다. 이씨가 가입한 서울 동작구에 있는 R사를 수사한 결과 대표 김모(36)씨가 낙찰자와 낙찰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가짜 회원 계정을 수십 개 만들어 경매에 참여해 낙찰가를 올리고 자신이 낙찰을 받는 형태로 조작했다. 애초부터 팔 제품도 없었고 낙찰자도 정해져 있던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가입자 11만 명에게서 약 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사행행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김씨와 같은 수법으로 입찰금을 챙긴 26개 업체 대표와 직원 100여 명을 입건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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