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금융원칙의 근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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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제를 읽으면 세상이 보인다. 모든 것의 뒤편에는 ‘돈의 문제’가 숨겨져 있다. 다만 그게 잘 안보이고, 때론 너무나 난해하게 느껴진다.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쾌도난마(快刀亂麻)식의 명쾌한 설명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문가의 진단이라고 옳다거니 따를 일도 아니다. 실타래처럼 복잡한 경제, 그 속을 들여다보는 신간을 추렸다.

금융경제학사용설명서
이찬근 지음, 부키
527쪽, 2만원

나는 ‘금융’이란 단어 앞에 작아진다. 주식도 어려운데 파생상품 얘기가 나오면 기가 죽는다. 헤지 펀드는 남의 나라 얘기 같다. 아, 부동산이 호황이던 시절이 좋았다. 시세 따라 사고 팔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금융자산이 대세라니 한숨이 나온다. 뭐가 뭔지 알아야 투자도 하지. 날이 갈수록 신문 경제면도 어렵게 느껴지고….

 여기까지 공감하는 독자들, 주목하길 바란다. 이 책의 타깃 독자 되신다. 한마디 위로를 건네자면 당신에게만 금융이 어려운 건 아니다. 최근 한 글로벌 카드회사 조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 국가 중에서 한국 여성의 금융 지식이 꼴찌로 나왔다.

 인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도 “금융은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위로한다. 금융은 회계학·거시경제학·화폐금융론·재무론·투자론·국제금융론 등이 융합된 복잡한 분야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복잡한 금융을 역사·원리·현상·전망까지 엮어 한 실에 꿰어내려 노력했다. 은행은 어떻게 생겨났고, 환(換)헤지는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지,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풍부한 사례와 역사적 배경 설명이 책의 강점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시가 총액 증대 방식을 소니와 IBM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식이다. 읽을거리도 중간중간 숨겨뒀다. 이를테면 1900년 발표된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당시 미국 사회의 통화 논쟁이 담겨 있다고 소개한다. 주인공 도로시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 은구두라는 설정에는 은본위제를 요구하는 농촌 지역 정치인들의 입장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금융의 종합 개설서’라는 저자의 표현대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적어도 금융 컴플렉스에 시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웬만한 금융 용어의 뜻과 금융 상품의 속성, 금융 정책의 배경 등이 다 소개되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한 권 읽기가 만만치는 않다. 침대에 기대 쓱쓱 책장을 넘길 수준은 아니란 얘기다. 저자도 “마냥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숙독하라”고 권할 정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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