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는 요즘 ‘e커뮤니티족’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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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리콘 밸리의 재미있는 트렌드 중 하나는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과 네트워크 만들기 현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것이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e커뮤니티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또한 가족끼리 소식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연구에 몰두하느라 이성을 만날 짬을 내지 못하는 실리콘 밸리 남녀들의 ‘사랑의 메신저’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온라인 속에서 일하고, 가족을 만나고, 친구와 놀고, 배우자를 만나는 ‘e커뮤니티족’들이 실리콘 밸리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e커뮤니티의 장을 제공하는 회사중 가장 최근에 생긴 것은 이서클(www.ecircles.com)과 이그룹(www.egroups.com)이란 두 회사이다. 이서클은 지난해 출범한 회사로 프레스콧 리(Prescott Lee)라는 젊은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평소 윈드서핑을 즐기는 스포츠광이다. 프레스콧이 회사를 세우게 된 것은 가족과의 원활한 연락을 위해서였다. 전화나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지금까지의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 그는 누구든지 쉽게 들어와 소식을 남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재미있는 만화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이 사이트에서는 가족그룹, 고교 동창생 그룹, 스키·수영 등 동호인 그룹들이 마련돼 누구든지 관심있는 사람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가장 큰 인기를 모으는 것은 가족 그룹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한데 모이기 힘든 미국 생활의 특성을 잘 이용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문자 채팅은 물론 음성채팅도 가능하다.

이서클의 매니저 중 한 명으로 필자와 절친한 사이인 고든 스트라우스씨는 “가족 게시판을 활용해 평소 잘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장인·장모와도 하루에도 여러번 소식을 주고받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사실 미국은 워낙 넓은 나라다 보니 여기저기 떨어져 사는 형제나 가족들이 한 번 모이는 것(family reunion)이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질 정도로 드물다.

이서클은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형성돼 있어 인근의 대학들에서도 이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버클리대의 학생들이 지난 학기부터 이 사이트에 게시판을 개설해 놓고 수업중의 과제물이나 프리젠테이션 숙제 해결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과제물을 함께 하는 팀원들끼리 쉽게 의견을 주고받고, 필요한 것은 실리콘 밸리의 창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서클이 주로 실리콘 밸리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반면 이그룹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사이트다. 한 그룹당 수천명의 회원들이 세계 곳곳에서 서로의 소식과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동창회 그룹 등 소규모 모임은 기본이고, 정보통신 기술(IT)전문가 그룹, 투자 그룹 등 비즈니스와 직결된 다양한 그룹별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라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하나의 큰 장점은 소규모 소호(SOHO) 창업자들의 경우 사이버 사무실을 이곳에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메일 전달 서비스는 물론, 모든 회사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여 프리젠테이션이나 사이버 회의를 가질 수도 있고(음성 서비스도 가능), 파일 전달은 물론 회사의 일정표 작성도 가능하다.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없이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빌딩의 한 방을 전세 내듯 사이버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Click2Schools.com 역시 이 그룹을 통해 스태프 미팅을 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스태프들이 한 곳에 모일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모든 회의를 진행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과 씨름하는 젊은 남녀에게는 매치닷컴(www.match.com)이나 소셜넷(www.socialnet.com)을 이용, 데이트 상대를 얻고 있다. 매치닷컴은 전세계 2백 5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구애의 편지를 올려놓고 있다. 소셜넷은 데이트 상대뿐 아니라 룸메이트, 동호인 모집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