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운행수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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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코레일(사장 허준영)이 2004년 KTX를 개통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축소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사고가 잇따라 차량 집중 점검을 하려면 열차운행 횟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용산~목포 구간 KTX산천이 주 6회 감편된다. 운행 횟수는 현재와 동일하나 한번 운행할 때 차량 수가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어 31일부터 서울~부산 구간 KTX 운행이 주 4회씩 중단된다. 감편이나 중단 등은 9월 말 정비가 끝날 때까지 5개월여 진행돼 승객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정인수 코레일 차량기술단장은 이날 “KTX를 운행하면서 동시에 정비를 하다 보니 잇따라 사고가 발생했다”며 “집중 정비를 통해 안전점검을 하고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집중 정비 대상은 프랑스에서 들여온 KTX1 46편성(1편성은 20량짜리 한 묶음)과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 19편성 등 코레일이 운영 중인 모든 고속열차다.

 코레일은 9월 말까지 집중 정비기간 중 기존의 정비 비용(매년 1000억원) 외에 887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정비 동안 부품이 노후화된 KTX1의 주요 부품이 집중적으로 교체된다. 고장의 원인이 됐던 견인전동기나 차축베어링 등 11개 주요 부품이다. KTX1은 2004년 개통과 함께 실제 운행에 투입돼 개통 전 시험 운행기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차령은 평균 10년, 운행거리는 평균 310만㎞나 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도 10년 타면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듯 300㎞로 주행하는 고속열차도 10년쯤 되면 각종 부품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레일은 지난해 8월부터 KTX1의 검수 주기를 3500㎞에서 5000㎞로 되레 늘리는 바람에 안전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난을 사왔다.

 또 코레일이 리콜 요청한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산천에 대해 구조·설계 등의 결함 여부를 따지기로 했다. 특히 최근 잦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모터블록과 고압회로, 공기배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2009년 처음 차량이 제작된 KTX산천은 지난해 3월 운행을 시작한 이후 41회의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켰다. 특히 KTX 산천은 오는 7월로 예정된 브라질의 200억 달러(약 22조원)짜리 고속철도 사업 입찰에 참여한 상태여서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철도 전문가들은 이번 점검을 계기로 코레일 조직의 기강해이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준호 고속철시민모임대표(한신대 교수)는 “KTX의 잇따른 사고는 차량보다 직원들의 안전 불감증이 더 큰 문제였다”며 “코레일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재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역발 KTX가 광명역에서 멈춰선 원인은 기관사의 도시락 가방 때문이었다. 기관사가 운전석에 올려놓은 도시락 가방이 비상제동 버튼을 누르고 있었으나 이를 모른 채 제동장치 이상이라며 열차를 세운 것이다. 또 지난 2월 KTX 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광명역 탈선사고도 정비 직원이 신호제어기 컨트롤 박스의 너트 한 개를 채우지 않는 부주의 때문에 발생했다.

대전=서형식 기자,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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